Page 42 - 전시가이드 2022년 01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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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덕 컬럼
2021-안현리-묵정밭2-세상의 모든 풍경
먹빛으로 빚은 자연풍경
수묵화가 박 창 열 수묵화가 박창열은 정통수묵을 현대에 이어오는 평생의 화업으로 현대진경
산수를 천착하고 있다. 일상의 풍경을 빌리는 행위를 통해 그림은 잠시 경치
를 빌리듯 마음에 담아두고 가는 화엄의 여정으로 흑백의 수묵화를 먹빛으로
김재덕 (갤러리한 관장, 칼럼니스트) 찾아 가는 작업을 하고 있다. ‘2021-제주-폭포-세상의 모든풍경’은 그만의 독
창적인 운필로 현대 산수화의 방향을 제시해 주고 있다. 황공망(1296~1354)
의 ‘부춘산거도(富春山居圖)’의 정통 피마준(披麻皴)의 장점을 극대화 하고자
산수화의 운필에 있어서 ‘준법(皴法)’은 산과 바위, 토파(土坡) 등의 입체표현 겸재준과 같이 변형된 자신만의 준법으로 재 창안하여 독창적인 필선의 구현
에 따르는 양감(量感), 질감(質感), 명암(明暗) 등을 나타내기 위하여 자연물 을 통해 오랜 세월 머금은 암벽의 질감을 현대 감각적인 시점으로 감상 할 수
의 표면을 표현하는 유형적(類型的)인 운필법을 이야기 한다. ‘준’의 중국음 있도록 한다. 현대진경산수의 느낌과 중첩하여 고전의 중국 송대 회화를 대표
은 ‘춘’이며, 영어로는 ‘texture stroke’으로 표기 할 수 있다. 산과 돌의 생김 하는 북종 산수화파의 선도적인 화가 범관(范寬)[990년 추정 ~ 1027년 추정]
새 즉 문리(紋理)를 표현하고 나아가서 음양(陰陽)의 향배(向背)까지 표현하 의 ‘계산행려도(谿山行旅圖)[타이베이고궁박물원 소장, 1010년경 제작, 103 x
는 데 쓰이는 준법은 1,500여년이 넘는 동양 산수화의 역사 속에서 수많은 화 206cm]’ 에서 느낄 수 있는 깊은 묵향을 상상 할 수 있도록 한다. 이는 산의 질
가들에 의해 각양각색의 화법으로 그 기능이 달리 발전되었다. 지역의 특생 감을 표현하는 우점준과 고원, 심원, 평원의 삼원법을 이용하여 도교의 주요
에 따른 산새의 각기 다른 모습과 작가의 표현기법의 개성에 따라 20여개의 개념인 '기'를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받는 작품으로 중앙에 '거대한 산'을 배치
다양한 필법으로 파생 되었으나 그 중 대략 10여개의 필법이 후대로 전수되 한 '거비파'(巨碑派) 산수의 전형을 보여주면서 전경에는 작은 인물들과 정교
어지며 주로 쓰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8세기 진경산수화가 정선(鄭敾) 한 필치의 나무들을 표현한 범관의 완숙된 화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박창열
이 대나무 빗자루로 싹싹 쓸어내리는 듯한 평행집선준(平行集線皴), 이른바 의 준법은 현대의 감각적인 산수화의 진보된 세련미를 갖추는데 산수화의 가
겸재준(謙齋皴)을 창시하여 사용하면서 금강산을 비롯한 한국의 산하를 독 장 기본적인 기법의 일부분으로 산의 형세(形勢)가 결정되고 작가의 개성이
창적으로 조형해냈다. 또 20세기의 한국 산수화가였던 이상범(李象範)도 미 돋보이게 드러나는 중요한 요체(要諦)이다. 박창열의 이러한 개성 있는 운필
점준법(米點皴法)을 독자적으로 변형시킴으로써 한국의 조야(粗野)한 산야 은 모든 대상(對象)의 정신 및 외형을 통하여 산수화의 골기(骨氣)를 뽑아내는
의 특징을 살려 그렸다.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박창열의 산수화는 산의 구조를 현대적 감성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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