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8 - 전시가이드 2021년 08월 이북
P. 48
안현정의 전시포커스
2015년 베니스에서 열린 《Dansaekhwa》 전시 2020년 가나아트 나인원에서 열린 ‘하태임’ 추상전시
받기 시작했다. 소더비와 크리스티 같은 세계적인 경매에서 김환기를 비롯한
추상미술 전성시대, 한국 단색화 작가들의 작품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서양의 모노크롬, 미니멀
아트와 다른 측면에서 단색화를 주목하기 시작했지만, 다른 측면에서는 단색
화라는 언어를 벗어나 ‘한국추상회화’의 단면을 보다 폭넓게 바라보아야 한다
“단색화담론 가로지르기” 는 비판도 일었던 것이 사실이다.
단색화 담론을 주도한 윤진섭 평론가는 2018년 리안갤러리에서 ‘후기 단색
글 : 안현정 (미술평론가, 예술철학박사)
화’을 기획하면서 포스트 단색화 화가들로 1970년대부터 단색조 작업을 꾸준
히 해온 11명의 작가들, 김근태·김이수·김춘수·김택상·남춘모·법관·이배·이
진우·장승택·전영희·천광엽 등을 뽑았다. 포스트 단색화에 대한 관심 속에서
2021년 미술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이를 선도하는 이들은 스마트폰과 웹을 1950~60년대 출생한 작가들의 추상회화와 더불어, 역동성을 더한 ‘한국의 여
통해 온, 오프라인을 주도하고 있는 MZ세대들이다. 그들에게 미술은 가치의 성추상작가들’, 이성자·양주혜·홍승혜·제여란·하태임 등이 최근 다시금 새롭
대상이자 투자의 대상이다. 그 가운데 가장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장르가 ‘단색 게 부상하고 있다. 바르고 뜯고 덧칠하면서 반복과 수행을 거듭한 ‘명상적 의
화 열풍’으로 대표되는 추상화 계열이다. 단색화란 ‘물성과 정신성을 한국적 미의 단색화 담론’은 한국미술시장의 다양한 비평적(긍정적·부정적) 담론 속
백색미학’ 속에서 해석한 한국적 특성의 미니멀리즘 페인팅으로, 1970년대부 에서 구상회화를 앞서는 쏠림 현상을 심화시켜 온 것이 사실이다. 상업적인
터 발현된 이우환·박서보·하종현·정상화·정창섭·윤형근 등 1930년대 출생한 붐업으로 퇴색될 가능성마저 농후한 ‘단색화=자본’이라는 논리는 “팔릴 만큼
해방이후 교육을 받은 추상미술 선구자들의 ‘모노크롬(monochrome) 페인 팔렸다”라는 2010년대 논리를 뒤집고 코로나 이슈와 맞물려 다시금 시장에
팅류’로 분류된다. 단색화는 평론가 이일과 김원룡의 ‘자연주의’와 연계된 한 서 재점화 되고 있다. 2022년 해외미술시장의 급격한 유입을 보여줄 ‘프리즈’
국적 정체성의 모색에서 발의돼, 윤진섭 평론가가 2000년 광주비엔날레에 특 의 도입과 맞물려, 이제 시장적 이슈를 넘어선 새로운 추상담론의 언급들이
별전 《한·일 현대미술의 단면전》 영문판에 ‘단색화(Dansaekhwa)’라는 언어 모색돼야 한다. 단색화와 포스트단색화로 일관했던 수양과 매체실험의 지평
를 도입하면서 보편화되었다. 이후, 2012년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열린 을 넘어 가상현실과 웹, 국제화 및 동서담론을 가로지른 보다 넓은 의미의 ‘다
《한국의 단색화》전과 2014년 바젤과 프리즈, 2015년 국제갤러리와 뉴욕 티 각화된 브랜딩’이 요구된다.
나킴갤러리가 주도한 베니스비엔날레 위성 전시 등을 통해 해외시장의 주목
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