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9 - 전시가이드 2021년 08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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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김태호작가 전시 이미지                                  작품앞에서 김태호작가




                                    포커스 속 전시 심층인터뷰, “김태호의 추상에 주목하다”
                                 특별전 ‘내가 본(本) 김태호, <Balance>’ 개최…관계의 미학 ‘仁’


            박서보(1931~), 하종현(1935~), 정상화(1931~) 등의 계보를 이으며, 1982년  품제작의 일부라고 인식한 자신과의 약속인 셈이다.
             ‘공간판화대상전’ 대상, 1984년 제3회 ‘미술기자상’, 2003년 제2회 ‘부일미술
            대상’(부산일보사 주최) 등 수상이력과 함께 국내는 물론 도쿄·LA 등의 개인     파주 김태호조형연구소에서는 70년대 형상부터 현재의 내재율에 이르기까지
            전을 열며 예술대중과 호흡하고 있는 김태호(1948 ~)의 전시가 경기 파주시     작품의 변화과정을 보여주는 미술관 같은 대형 공간이 마련돼 있다. 이를 바탕
            스튜디오끼(대표 이광기)에서 7월 22일부터 9월26일까지 진행된다. 초기작      으로 행위와 정신의 조화로운 공정을 거친 신작들이 하나 둘 탄생한다. 인체
            스프레이 형상 시리즈와 과도기의 종이시리즈를 거쳐 1995년부터 이어지고        의 중첩된 리듬을 보여준 형상Form 시리즈와 종이를 쌓고 긁어낸 전면화 시
            있는 내재율(Internal Rhythm) 시리즈 등 수직-수평의 격자무늬 부조를 통해   리즈, 그리드Grid의 치밀한 구조를 구축해온 근작 시리즈에 이르기 까지, 외적
            소요자적 하는 인간의 의롭고 완전한 공감의 미학을 생동감 있게 펼쳐냈다.        형상에서 내적 명상으로의 전이는 작가의 계획된 호흡과 고른 완결성이 낳은
                                                            정반합正反合의 결과인 것이다. 이번 전시를 위해 마련된 김태호 트레일러 영
            형상을 머금은 내적 자유, 내재율의 인仁                          상은 ‘물감을 찍어 긋는 선의 모티브’와 ‘캔버스를 돌려가며 선을 내리 긋는 행
            작가에겐 공적 책임이 있다. 작품을 일찍 알아본 컬렉터들에게 ‘즐거움을 주       위’, ‘쌓이고 올라오는 물감의 시간(축적)’에 주목한다. 깎아낸 흔적과 쌓인 시
            는 책임’이 그것이다. 21세기를 사는 김태호 작가에게 단색화나 모노크롬이라      간의 관계는 채움과 비움을 연속적으로 행하는 ‘허실상생(虛實相生)’의 직관
            는 언어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반세기 이상의 작품 활동 속에서 ‘잘 팔릴 그     이자, 칼이 지나간 자리에 생기는 ‘수직-수평’의 평균율을 보여준다. 작가는 유
            림’ 혹은 ‘언어적 유행’ 따윈 크게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박서보, 정상화, 하  행에 휩쓸리기보다 “나만이 할 수 있는 작업 방향은 무엇인가?”에 대해 늘 고
            종현 같은 스승들과 오늘에까지 동행할 수 있던 것은 시류를 좇지 않고 끊임       민한다. 그렇게 시작된 자문의 과정 속에서 비로소 찾은 것은 ‘파주’라는 작업
            없이 자기혁신을 거듭해온 교학상장(敎學相長이 있었기 때문이다. 작가는 아        하기 좋은 환경과 사람들이었다.
            티스트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가 ‘누구를 만나느냐’에 있다고 말한다. 추상에
            일찍 눈을 뜨게 해준 박서보 선생, 대작大作을 통해 더 큰 소통의 길을 알려준     스승과 제자 그리고 ‘파주 속으로’
            하종현 선생, 계획성 있는 작업방식과 작업량에 대해 인도해준 정상화 선생과       꿈꾸는 영원한 청년, 김태호 작가는 인터뷰 내내 최근 곁을 떠난 제자 양만기
            의 만남 등이 ‘지속 가능성의 동력’인 셈이다. 거꾸로 스승들은 김태호와의 만     를 회상했다. “선생님! 파주로 오시죠. 파주엔 선생님 밖에 올 분이 없습니다.”
            남에 대해 ‘성실함과 진정성을 갖춘 몇 안 되는 제자’라고 평한다. 오후 10시에   아끼는 제자 이세현, 최영욱 등도 동참했다. 사람과의 만남이 중요하듯, 조용
            취침해 오전 7시부터 작업을 시작하는 규칙적인 생활은 평생 자기관리를 작        하고 작업하기 좋은 환경과의 만남도 작가를 자연스럽게 끌어들인다. 그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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