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3 - 전시가이드 2021년 11월호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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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보도자료는  crart1004@hanmail.net  문의 010-6313-2747 (이문자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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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는 어머니께 바치는 진정한 헌화의 감정이었다.                       는 이 띠들의 어원은 ‘유령’이다. 유령은 실체가 없으면서도 눈에 보이는 어떤
                                                            존재이다. 만지거나 존재를 확인하려 하면 접촉 불가능하게 허공에 떠다니며
            보이지 않는 세계로 떠나신 어머니는 이제 보이는 세계를 초월하셨으므로, 어       보는 사람의 상상을 한껏 부추긴다. 그것은 영혼이나 정신을 의미하기도 한
            머니를 떠올리면 화가 이경원에게 더는 보이는 세상의 속임수인 미술적 트릭        다. 그런 의미에서 색색의 스펙트럼처럼 표현되는 그녀의 스트라이프 줄무늬
            을 써서 그림을 그리는 일은 의미가 없었다. 그녀가 타계하신 어머니와의 이       는 실체가 없으면서도 시각적 이미지로 존재하는 사물의 허상을 역설적으로
            별을 계기로 어머니에 대한 감사와 그리움을 자연스럽게 꽃에 담아 헌화하는        드러낸다. 꽃을 빗장에 가두거나 가둔 꽃을 다시 꺼내는 작업은 표현 불가능
            마음으로 새로이 ‘꽃’을 그리기 시작하였을 때, 거기서 그녀는 보이는 것을 그     성을 넘어 사물의 실체에 닿으려는 꾸준한 시도이다. 얼마 전부터 그녀의 화면
            린다는 행위에 대해 문득 강한 의구심을 느꼈다. 보이는 것의 외형을 모방하기      에서는 깔끔한 스트라이프 무늬로 완벽하게 정리된 공간에서 꽃이나 어떤 구
            는 그다지 어려운 문제는 아니다. 몇 가지 기법으로 사물의 윤곽을 재현해놓으      체적 사물의 흔적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이들은 피상적인 이미지에 갇혀있
            면 사람들은 누구나 쉬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나 어머니가 계신 ‘보이지 않      지 않고 보이지 않는 실체의 이면을 밖으로 드러내려는 끈질긴 기지개와 같다.
            는’ 세계를 떠올리면 그녀는 그런 맹목적인 ‘속임수’를 통해 ‘보이게 만드는’ 재
            현행위에 온전히 몰두할 수 없었다. 보이지 않는 어머니를 보고자 하는 순수한      한국에서 그림을 공부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기본적으로 사물을 포착하는 몇
            마음이 그녀를 맹목적 시선의 함정에서 벗어나도록 한 것일까.               가지 트릭을 습득하기 위한 오랜 수련의 시간을 보낸다. 결과적으로 오랫동안
                                                            한국에서 미술교육의 입문기였던 이 과정은 한동안 미술이 표현해낼 수 있는
            애도의 심정은 사물을 가리고 있는 너울을 벗겨낸다. 그렇게 투명한 마음으        많은 영역을 축소해 왔다. 현대 철학이 더듬거리며 언어의 이면에 있는 표현
            로 그림을 그리는 동안, 그녀는 한때 스트라이프 무늬로 완전히 감춰버렸던 ‘      불가능성의 영역을 탐색할 때 화가로서의 이경원은 직관적으로 이 문제와 맞
            어떤’ 실체의 장막을 다시금 들추고 싶었다. 그러나 그것이 무엇인지 여전히       닥뜨렸다. 누구나 쉽게 본대로 모방하는 손쉬운 방식을 받아들일 수 없는 표
            모르는 채, 자작나무숲에 숨은 미지의 짐승이 잠깐씩 몸을 드러내듯이 그녀는       현 불가능의 경계선에서 그녀는 두려움 없이 이를 지웠다가 또 다른 방식으로
            스트라이프의 줄무늬 사이에 지우고 있던 사물들의 낌새를 조금씩 노출하기         불러내어 마주한 것이다. 그것은 외부세계를 향한 작가의 간절한 ‘시선’이 싹
            시작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화가로서의 그녀에게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       트는 출발선이다. 이는 아마도 그녀가 천년에 한 번 꽃을 피우고 그것으로 씨
            는 것 사이의 경계에 대한 피할 수 없는 물음이었다.                   를 맺어 지상에 뿌리고 죽음으로써 다시 소생한다는 대나무꽃에 각별한 의미
                                                            를 부여하는 까닭이기도 할 것이다.
            분광기로 빛을 나누면 다채로운 색들의 띠들이 나타난다. ‘스펙트럼’이라고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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