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5 - 전시가이드 2021년 11월호 이북
P. 105
미리보는 전시
Hidden Passage-Heart 2, acrylic on canvas, 100x80cm.30, 2021 Hidden Passage-Heart, acrylic on canvas,116.8x91.0cm, 2021
2021. 11. 9 – 11. 21 세종호텔 세종갤러리(T.02-3705-9021, 충무로)
전성규 초대전 동을 가진 불확정적인 운동체이며 관찰자의 의지에 따라 입자의 궤적이 바뀌
기도 한다. 이러한 불확정성의 원리나 관찰자효과 등은 상대성이론과 더불어
현대물리학에서 세계의 인식에 관한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이루었다. 여기
글 : 서길헌(미술평론가/조형예술학 박사)
서 한 걸음 더 나간 "초끈이론"은 불확정적 운동성을 가진 입자의 모양은 구(
球)의 형태가 아니라 끊임없이 진동하는 미세한 끈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이
론이다. 따라서 세상의 모든 것은 근본적으로 아주 작은 끈으로 연결되어 있
고 서로 밀접하게 영향을 주고받는다. 그런데 이 작디작은 끈의 끝없는 떨림
전성규의 그림 안에서 내재적 질서의 핵심을 이루는 텅 비어있는 옷은 육체를 의 근원은 어디일까. 바로 여기에 전성규의 회화가 제시하는 영혼의 떨림이라
받아들이고 감싸주는(hidden) 빈 공간이다. 이 공간은 비어있음으로써 거기 는 통로의 열쇠가 놓여있다. 그의 설명에 의하면, 육체를 구성하는 극소형 파
에 감싸이는 육체를 은닉하여(hidden) 보이지 않는 에테르로 만든다. 이 공간 동의 끈은 영적 각성을 통하여 영혼의 떨림을 일으키고 이는 궁극적으로 몸
에 들어오는 육체는 언젠가는 보이지 않는 영혼이 되어 이 통로를 빠져나간다. 전체로 퍼져나가 육신과 영혼을 보이지 않는 하나의 유기적 끈으로 이어준다.
육체는 정신을 담는 물질이자 생명을 가진 입자들의 집합이다. 입자들은 미세
한 구(球)의 형태로 이루어진 텅 빈 우주인데 입자물리학에 의하면 이들은 부 이처럼 그가 해온 작업의 토대에는 현대물리학이 제공하는 영감, 즉 인간의
동의 것이 아니라 자체의 파동을 가지고 끊임없이 진동한다. 제2의 육신으로 자유의지 또는 자율정신이야말로 물질의 떨림에 영향을 끼쳐 세계에 변화를
서 육체의 윤곽을 이루는 옷의 입자들 또한 미지의 진동을 통해 혼돈의 덩어 일으키는 중요한 요인이라는 통찰이 깔려있다. 따라서 인간은 우주를 구성하
리인 세계를 하나로 통합하는 통로를 형성한다. 이 비어있는 통로는 그림 속에 는 정신과 물질을 하나의 유기체로 통합하여 인식해야 하며, 그럴 때 인간의
멈춰있는 현재의 시간을 일깨워 미래의 차원으로 유도한다. 정신이나 영혼은 하늘이라는 구원의 차원에 이른다. 이와 같이 그의 회화 작
업에는 현대과학과도 상응하는 혜안의 눈길이 함께한다. 실제로 그에게는 이
전성규가 이제껏 옷을 매개로 하여 일관되게 제시해온 "통로(passage)"는 구 미 이러한 실증과학적 진실에 앞서는 가슴 깊이 육화된 영혼에 대한 믿음이
원의 메타포로서 작용한다. 통로는 형태상으로는 기다란 끈이나 터널의 형상 자리한다. 그것은 알고자 하는 지혜로운 자는 하나님의 나라를 알리라 하는
이지만 의미상으로는 역이나 공항, 터미널처럼 어딘가를 가기 위해 거쳐 가야 영적인 구원의 울림이다. 피로써 죄 사함을 받아야 한다는 성경의 비유 또한
하는 통과점 (pass through point)을 지시하기도 한다. 이 거점으로서의 통로 하나같이 그것을 말하고 있다. 여기서 통로는 구원에 이르기 위해 필히 거쳐
는 도트 (dot), 즉 점의 형태로 기호화된다. 이 점적(點的) 형태로서의 통로는 가야만 하는 좁은 문이자 통과의례이다. 달리 말하면, 정해진 목적지에 이르
미시적으로는 하나의 입자가 될 수도 있고 거시적으로는 하나의 우주가 될 수 기 위해 꼭 입고 가야 하는 고난이자 은혜의 옷과 같다. 그러기에 그가 추구하
도 있다. 현대물리학에서 소립자라고 불리는 이 입자는 원자를 구성하는 파 는 옷은 외피이면서도 삶의 몸통을 함께 이루는 영혼의 표피이자 통로이다.
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