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7 - 2019년10월전시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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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를 주제로 한 데이비드 호크니의 작품, 헨리 겔트잘러와 크리스토퍼 스콧, ⓒADAGP





            성 넘치는 초상화로 유명하다. 1964년에 처음 로스앤젤레스를 방문한 후 30     는 법』, 『명화의 비밀』, 『그림의 역사』 등 다수가 발간되었다.
            여 년간 주로 미국에서 생활했으며 한동안 고향으로 돌아가 전원 풍경을 그
            리는 작업에 전념했다. 그의 오랜 관심사는 바로 3차원을 평면으로 옮기는 일      올해 봄부터 여름까지, 한국의《서울시립미술관》과 영국《테이트 미술관》이
            이었다. 이러한 구상 과정은 보다 구체화되어 한때 사진 콜라주, 컴퓨터 드로      공동으로 개최한 『데이비드 호크니』기획전이 세간의 집중적인 관심사로 떠
            잉 작업을 하였으나 2009년부터는 ‘아이폰’으로, 2010년부터는 ‘아이패드’로   오른바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호크니의 뮤즈와 주변인을 그린 초상화를 비롯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른바 ‘아이패드 드로잉’인데, 거의 매일 일출 장면이나     하여 로스앤젤레스 시기의 작품과 호크니의 예술에 있어서 가장 풍요로웠던
            창 밖 풍경, 꽃, 정물을 그려서 지인들에게 수시로 전송하기도 한다. 이처럼 새    60년대 중반의 작업들은 물론, 80년대 이후 좀 더 실험주의자에 가깝게 변모
            로운 차원의 회화를 시도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 82세의 노장은 지금도 예술       한 호크니의 작품세계 등 호크니 전 생애에 걸친 시기별 주요 작품들을 통해
            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불태우며 그림에 열중하고 있다. 그에게 그림을 그리       호크니를 입체적으로 조명한 것이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첫 대규모 개인전으
            고자 하는 욕구는 인간의 내면에 깊숙이 자리 잡은 본능과도 같은 것이다. 3만     로, 1950년대 초부터 2017년까지의 회화, 드로잉, 판화 133점을 선보였다. 호
            여 년 전에는 동굴 벽에 그렸고 21세기에는 아이패드에 그리고 있다는 차이가      크니는 우리가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며, 혁신적
            있을 뿐, 그림을 그린다는 인간의 원초적 행위는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다. 한      이고 모험적인 접근 방식으로 2차원 평면에 다채로운 그림을 그려가며 작품
            편 2013년에는 데이비드 호크니와 긴밀하게 일하던 조수가 약물복용으로 사       을 통해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영국《테이트 미술관》이 소장한 다수의
            망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데이비드 호크니와 그의 파트너 등이 조사를 받았지       컬렉션과 그 밖의 해외 소장품을 함께 선보이는 이번 전시에서, 과거 촉망 받
            만 파티를 벌이는 동안 자고 있었던 호크니에겐 어떤 혐의도 없었고, 사건은       았던 예술대학 학생 시절에서부터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작가로 자리매김한
            사고사로 종결되었다. 이 사건으로 크게 충격받은 호크니는 브리들링튼 집을        현재까지, 호크니가 수많은 매체를 통해 보는 방식과 재현의 문제에 관해 어
            처분하고 그 지역과의 인연도 완전히 끊어버린다. 공공연히 피카소나 고흐 같       떻게 의문을 제기해왔는지, 총 일곱 개로 구성된 섹션을 통해 그 놀라운 행보
            은 대가들의 영향을 많이 받았음을 밝히곤 했던 호크니는 그들의 작품에 대한       를 역추적한 셈이다. 결론적으로 『데이비드 호크니』기획전은, 미•중 무역전
            오마주로 피카소 및 고흐 등을 비롯한 대가들의 스타일을 본뜬 자기만의 그        쟁을 비롯해 한•일 외교분쟁, 글로벌 경제 침체 등의 여파로 심신이 총체적
            림을 그리기도 하였다. 반세기 이상을 회화에 매진해온 호크니의 모습을 통해       으로 피로해있던 와중에서 모처럼 우리 미술생태계에 신선한 활력소를 제공
            그림 그리는 인간, 즉 【호모 픽터】의 의미를 되새겨보게 한다. 삶을 통해 축적    해 주었다. 아무쪼록 개인이든 단체이든지 간에 무조건적인 편견에 대해 관용
            된 그의 방대한 지식을 고스란히 담아 회화의 역사와 이론에 관한 다수의 책       이 허용된 범위 내에서, ‘새로운 정신’에 바탕을 둔 변화와 동기 유발의 계기가
            을 출간했는데, 대표 저서로는 『호크니가 말하는 호크니』를 비롯해서 『내가 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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