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1 - 2019년10월전시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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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은칼럼
Installation view of Frank Stella: A Retrospective (October 30, 2015, February 7,
2016).ⓒ 2015 Frank Stella/Artists Rights Society (ARS), New York. Photograph
by Ronald Amstutz
프랭크 스텔라 (Frank Stella 1936.5.12 ~ )
실험적인 회화, 진화하
역동성은 두 작품 모두에 존재한다. 이렇게 전시장 입구에 배치된 서로 다른
는 사각형 캔버스 듯 닮아있는 두 작품은 전시가 관람객들에게 어떠한 이야기를 들려줄 것인
지 암시하는 복선으로 작용했다. 스텔라의 검은 회화 시리즈는 처음 전시되
었던 1959년 전에 없던 새로운 방식으로 당시 큰 화제를 낳으며 혹평과 찬사
김세은(강남대학교 미술문화복지 교수) 를 동시에 받았다.
프랭크 스텔라는 2016년 새롭게 이주한 미국 휘트니 미술관의 새 건물에서 그는 계속해서 캔버스에 대한 연구와 실험을 지속해 온 스텔라의 발자취를 풀
30여년 만에 처음으로 그의 작품들을 대규모로 선보였다. 미국인들의 사랑 어낸다. 1960년대에 들어서 구리나 알루미늄이 들어간 유화 물감을 사용하기
을 듬뿍 받는 미국인 작가 스텔라와 미국 미술에 헌신하는 휘트니 미술관의 시작한 스텔라는 새로운 재료뿐 아니라, 캔버스의 중앙 혹은 모서리에 구멍을
만남은 대단히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여든에 가까운 나이에도 다양 뚫는 새 작업방식에 몰입하게 된다. 그는 평면 안에서 반복되는 줄무늬의 시
한 기법으로 회화의 가능성을 실험 중인 동시대 미술계의 노장이야말로 새로 작과 끝 부분에 나타날 수 있는 공백마저 캔버스에서 제거했다. 형태에 맞추
운 도약을 시작한 휘트니 미술관의 첫 출발을 알리는 폭죽이었다. 1950년대 어서 캔버스를 도려내는 작업방식은 점차 더 본격적으로 나타나게 되고, 이러
중반의 ‘검은 회화’ 연작부터 다각형의 캔버스 회화를 거쳐 현재의 역동적인 한 “변형 캔버스(Shaped Canvas)”는 곧 스텔라 작업의 주를 이루게 된다. 줄
부조식 회화까지, 미니멀리즘에서 맥시멀리즘으로 변화해 온 프랭크 스텔라 무늬로 시작되었던 스텔라의 작업이 다각형으로, 보다 화려한 색상 팔레트를
(Frank Stella, b.1936)의 작업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작가의 60여 년 동안의 사용하여 발전해 가는 과정이었다.
작품세계를 살펴볼 수 있었다.
그는 점차 캔버스를 생략하고 주로 알루미늄이나 마그네슘 등의 금속재료를
휘트니 미술관은 총 100점이 넘는 스텔라의 작품을 5층 전체에 배치하였고 바로 사용했으며, 여기에 아크릴 물감을 이용해 화려한 색을 입힌다. 그의 취
18,000피트의 공간으로 이루어진 5층 갤러리는 미술관 내에서 기획전으로 미였던 자동차경주를 반영한 “경주로 시리즈(Circuits series)”가 대표적으로,
활용하는 공간 중에서도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공간으로 거대하고 역동적 구부러지고 꼬아진 금속 재료에 생동감넘치는 색상을 더해 경주의 빠른 속도
인 스텔라 작품들로 압도되었다. 감을 표현했다. 이제 더는 스텔라의 작품에 ‘미니멀리즘’이라는 종전의 수식
특히 2016년 휘트니 전시기획은 여든이 넘은 노장 프랭크 스텔라 작가 본인 어는 어울리지 않게 된 것도 이즈음으로, 작가는 스스로 자신의 작품에 ‘맥시
의 직접참여로 이루어졌으며, 전시가 열리는 5층에 도착해 엘리베이터에서 멀리즘’이라는 이름을 붙이기에 이른다. 알루미늄과 철강으로 만든 그의 입체
내리면 나란히 걸려있는 두 개의 스텔라 작품이 관람객들을 맞이했다. 가장 작품들이 전시된 가장 서쪽의 갤러리에서는 새로 지은 미술관 건물의 장점을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 건 한눈에 다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거대한 크기의 화 유감없이 발휘한, 똑똑한 전시공간구성이 돋보였다. 벽면 전체를 차지하는 창
려한 아크릴 회화로 “칠레의 지진(Das Erdbeben in Chili [N#3])”이라는 제목 문에서 흘러드는 자연광이 거대한 고철 덩어리, “메두사의 똇목(Raft of the
의 페인팅이다. 밝은 형광색부터 어두운 색깔의 수많은 다각형과 형상들이 뒤 Medusa Part I, 1990)”에 비추는 장관은 그동안 보았던 그 어떤 화려한 색채
얽힌 카오스, 혼돈의 상태를 보여준다. 스텔라는 1800년대에 발표된 1600년 도, 역동적인 형태도 모두 다 잊게 만들었었다.
대에 실제 칠레에서 일어난 지진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동명의 소설에 영감
을 받아 이 작품을 제작했다. 지난 십여 년간 노장의 스텔라는 새로운 컴퓨터와 CAD 등의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끊임없는 실험을 계속했다. 2차원의 이미지를 부조와 입체와 같은 3차
반면 왼쪽에 위치한 무채색으로 이루어진 반복되는 사각형 줄무늬의 페인팅 원으로, 그리고 화려한 색채와 뒤얽힌 곡선 형태들이 주로 나타났던 후기 작업
은 고요함 그 자체다. 서로 극명한 대비를 이루는 이 두 작품은 얼핏 보면 서 과는 다르게, 최근 그는 또 다시 나무와 탄소 섬유(Carbon fiber)를 이용해 새
로 다른 작가의 작업으로 보일 만큼 확연히 달라진 프랭크 스텔라의 작업 방 로운 실험을 하고 있다. 회화로 시작되어 진화를 거듭하며 공간 자체를 캔버
식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반복적인 형태나, 숨길 수 없는 스로 삼은 스텔라의 작품세계가 앞으로 더욱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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