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3 - 2019년05월전시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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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1985년도 무똥 로칠드 와인 라벨에 공식선정된 폴 델보 작품 (우) 출시된 무똥 로칠드 와인병
ADAGP 글로벌 저작권자로 등록되었다는 의미는 곧, 전 세계 조형미술 생태계에 작가 고유의 ‘개인 브랜드’를
정통 계보에 올림으로써 시장 경쟁력 및 인지도의 확장여부를 투명하게 추적할 수 있는 기대 효과를 동반한다.
따라 차이가 나는 것을 십분 용납한다 치더라도 지나치게 비례 율이 낮다는 한『고유한 신화』의 ‘스토리 텔링’ 주제만 바꾸면서 마치 시리즈처럼 연속 작업
점이다. 이토록 입맛이 쓴‘괴리 현상’을 우리만의 관습에 익숙한 작가들에게 을 이어나갔는데, 1985년산 무똥로칠드의 라벨을 보면 어린 여자아이 두 명
어떻게 설명해야 쉽게 납득을 할까. 이 포도를 가지고, 이를 감상하고 만져보고 맛을 보고 있는 장면을 화폭에 담
은 것이 주효하여 당당하게 선택 받는다.
각기 다른 문화권에서 수요자(잠재적 소비층)들이 인지하는‘작품 가격’이 이
토록 차이가 벌어지는 근본적 원인은, 각 시장에서 미학적인 상품의 공급자로 결론적으로 [글로벌 저작권자]로서의 폴 델보는, 대중에게 인식되는 자신의
서 작가의 ‘절대 가치’를가늠하는 ‘척도 기준치’ 차이가 엄연히 존재한다는 현 분신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의 가치’를 스스로 냉철하게 분석해서 정확하게
실의 방증이라 확신한다. 다른 예를 들어 이해해 보자. 전 세계인이 인정하는 ‘ 평가하는 공정한 잣대를 보유하고 있었던 셈이다. 대개 사회적 편견에 의해
프랑스 와인’ 가운데, 매년 출시될 때마다보르도메독 지방의 특등급와인≪무 쉽게 영향을 받는 작가는, 소위‘중이 제머리 못 깎는’ 식으로 자기 자신을 구속
똥로칠드(Mouton Rothschild)≫가 선택한 한가지 독특한 마케팅의 연출 방 시키거나 무조건 타인이 정해주는 기준에 맞춰 스스로의 가치를 평가 절하 시
법이 매년 각종 메스컴을 통해 소개될 정도로 유명하다. 왜냐하면 1855년 제 키기도 한다. 그러나 폴 델보는 철저하게 자신이 살아가는 세계의 생리와 특
정 이후 100여년이 지나는동안 바뀌지 않았던 프랑스 메독의 등급분류가 이 성을 이해한 동시에 자연스레 고유의 브랜드로 만드는 방법을 알고 있었음에
를 통해 변경된 유일한 사건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틀림없다. 그만큼 처절했던 동시대 작가들간의 경쟁의 무대에서 한번도 선두
그룹에 속하지 않았으면서도 뒤로 쳐진 적도 없이 항상 고유의 위상을 확보한
다름아니라, 매년 와인이 출시될 때마다 세계각지의『유명화가의 작품』을 라 ‘가늘지만 길게’ 존속했던 거장이라는 점이다. 궁극적으로 우리 화단의 ‘옐로
벨로 선정하여 많은 와인 매니아들에게 최상 순위로 여겨지는 “무똥은 영원히 우칩’ 작가군에게, 폴 델보만의 은근과 끈기는<농익은 인지도>의 필요충분조
일등이다”는 홍보 전략이 바로 그것이다. 폴 델보는 자신만의 상상으로 창작 건임을 충분히 대변해 주기 때문이다.
1) 라틴어로 ‘만인을 위한’이라는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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