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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가에 차려진 식탁(주일 설교) 3
                                      제자들의 발을 씻으신 예수님

                                                            요한복음 13:1-17


              본문 말씀은 예수님께서 수난일 전날 밤 함께 동고동락했던 제자들에게 마가의 다락방
            에서 증거한 말씀이라고 해서 [다락방 강화]라 통칭되는 고별설교(13-17장)의 첫 부분
            입니다. 내용 별로 보면, [13장은 마지막 설교를 위한 준비, 14장은 위로, 15장은 주님과
            동행하는 삶, 16장은 사랑의 경고, 그리고 17장은 사랑의 중보기도]로 분류할 수 있습니
            다. 주님의 유언과도 같은 말씀들이기에 주님에 관한 말씀 가운데 가장 중요한 의미를
            갖는 부분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특히 본문은 유월절 만찬을 잡수시기 전에 제자들의 발
            을 씻겨주시면서 교훈하신 말씀으로서 우리 모두에게 깊은 영적 교훈점들을 주고 있습
            니다.

              1. “너를 씻기지 아니하면 네가 나와 상관이 없느니라” 말씀하심(8)
              예수님께서는 십자가 고난당하시기 1주일 전에 가버나움을 중심으로 바쁘게 사역을 이
            어가셨습니다. 한 가지 평소와 다른 점은 점점 심각해 뵈는 주님의 얼굴과 함께 “장차 인
            자가 십자가에 못 박히고 사흘 만에 다시 살아나리라”는 등 이해하기 어려운 말씀을 하시
            는 것이었습니다. 주말이 되자 예수님과 제자들은 베다니로부터 걸어서 예루살렘으로 향
            했습니다. 여정으로 인해 온 몸은 먼지투성이에다 발 냄새도 나고 꾀죄죄한 모습의 피곤
            에 찌든 모습이었는데 설상가상으로 분위기마저 무겁게 내려앉아 있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주님께서 십자가 고난을 예고하시자 도리여 제자들도 노중에 ‘누가 더 높은 자리를
            차지할 것인가’를 놓고 다퉜는데 그 발단은 야고보와 요한의 어머니의 치맛바람 때문이
            었습니다. 주님께 찾아와 “나의 두 아들을 주의 나라에서 하나는 주의 우편에, 하나는 주
            의 좌편에 앉게 명하소서”(마 20:21)라고 로비를 하면서 논란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런 사
            건이 있은 터라 상처 입은 마음들이 더욱 곤비한 상태에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유대인들의 관습에 따르면 어느 집에 들어갈 때에는 먼저 먼지를 떨고, 종에게 발을 씻
            기고 난 후에 들어가야 하는데 모두 다락방에 들어가자마자 무너져 내리듯 주저앉은 채
            아무도 발을 씻어주려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냉랭하고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유월절 음
            식이 준비되고 식사를 막 시작하려는 순간에 예수님께서는 말없이 일어나 겉옷을 벗으
            시고 나갑니다. 제자들은 영문을 모른 체 서로 얼굴만 쳐다보고 있는데 갑자기 예수님께
            서 허리에 수건을 두르시고 대야에 물을 담아들고 방으로 들어오시더니 아무 말 없이 제
            자들 앞에 무릎을 꿇은 채로 발을 씻기기를 시작하셨습니다. 너무 갑작스레 일어난 일이
            라 모두 할 말을 잊은 채 멍하니 서로를 바라보고만 있었는데 그도 그럴 것이 방금 전까
            지 저들은 서로 ‘누가 더 크냐’는 문제로 다투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금 주님께서는
            어떤 훈계나 책망의 말씀 한 마디도 하지 않으시고 하인들이나 하는 발 씻는 일을 몸소
            실행하고 계시는 것입니다.


              드디어 베드로의 차례가 되었습니다. 그 때까지 그저 숨죽이고 바라보고만 있던 제자
            들과는 달리 “제가 선생님 발을 씻겨드려야지 어떻게 선생님이 제 발을 씻으신단 말입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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