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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면 그것은 오산입니다. 그런 사람은 일평생 주님께서 기뻐하실 만한 아무 일도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아무쪼록 주 예수님을 본받아 섬김의 삶을 지속적으로 힘쓰므로 항상 주
를 기쁘시게 해 드리는 저와 여러분 되시기를 축원합니다.
3. “자기 사람들을 사랑하시되 끝까지 그리하셨음”(1, 15)
사람들은 흔히 [겸손]이나 [섬김]을 얘기할 때 본문을 인용합니다. 물론 그러한 영적 교
훈이 전혀 들어 있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본문이 우리가 다만 겸손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을 교훈하기 위해 기록된 것이라 생각한다면 그것은 착각입니다. 물론 겸손이
라는 메시지도 담겨 있지만 그러나 본문에는 그 보다 훨신 더 중요한 메시지가 들어있습
니다.
본문은 이렇게 시작됩니다. “유월절 전에 예수께서 자기가 세상을 떠나 아버지께로
돌아가실 때가 이른 줄 아시고 세상에 있는 자기 사람들을 사랑하시되 끝까지 하시니
라”(1) 예수님께서는 이제 세상을 떠날 때가 가까웠음을 아셨습니다. 그래서 “난 이제 간
다. 잘 들 있거라. 바이 바이” 작별인사를 하신 것이 아닙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끝까지 사랑하셨습니다. 사랑하셔서 발을 씻어 주셨습니다. 그러니까 발을 씻기신 것
은 제자들을 향한 예수님의 마지막 애정 표현이었다는 얘깁니다. [예수님이 끝까지 제자
들을 사랑하셨는데 사랑하시는 방법으로 겸손을 가르치셨다] 뭔가 어색하지 않습니까?
[끝까지 사랑하는 방법으로 발 씻김의 원리를 가르쳐주셨다]라고 해야 자연스럽게 느껴
지지 않나요?
사실 어느 모로 보나 제자들은 함량 미달이었습니다. 주님 마음에 들지 않을 뿐더러 어
찌 보면 사랑할만한 가치조차 없어 보이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주님께서는 수제자 베드
로가 자신을 세 번 부인하리라는 것을 아셨습니다. 유다는 은 30냥에 자신을 팔아넘길
것이라는 것도, 나아가 모든 제자들이 일시에 그를 버리고 떠날 것도 다 아셨습니다. 그
럼에도 결코 그의 사랑을 거두지 않으시고 끝까지 그들을 사랑하셨습니다. 그들 모두 약
하고 무식하며 은혜를 쉽게 잊어버리는 결함 많은 사람들로서 때로 그들을 책망하긴 하
셨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코 그들을 향한 사랑을 취소하시거나 버리지 않으셨습니
다. 참으로 거룩하고 놀라운 사랑의 모습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의 조건적이요 계산
적이며 상대적인 사랑에 비교할 때 얼마나 놀라운 사랑인지요! 주님께서는 제자들의 연
약함을 다 아시면서도 사랑하셨듯이 우리 연약함 또한 아시면서도 사랑하십니다. 우리
의 모든 허물과 연약함과 부족함에도 여전히 우리를 사랑하십니다. [자기 사람들을 사랑
하시되 끝까지 사랑하신다] 그렇습니다! 그 누구도, 그 무엇도, 우리를 그리스도의 사랑
에서 끊을 수 없습니다(롬 8:35, 38-39).
“내가 너를 씻기지 아니하면 네가 나와 상관이 없느니라” 그렇습니다. 예수님의 희생적
섬김과 사랑, 그것을 수용하기 거부하면 예수님과의 관계 성립은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굳이 예수님 신세 질 필요 없다든가, 구원의 은혜와 사랑, 그런 것들은 내게 다 필요 없
다’ 우기는 사람은 망한 사람입니다. 그러므로 참으로 주님께서 기뻐하시는 사람은 “저
는 너무 많은 사랑의 빚을 지고 삽니다.”라고 받은 은혜를 감사하며 사랑으로 섬기는 삶
을 사는 사람입니다. 그렇게 할 때 훗날 [사랑으로 섬김의 삶을 산 종들의 발을 친히 씻
어 주실 것입니다(눅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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