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86 - 종사총람 수정증보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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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진보  서문(甲辰譜  序文)


                     내가  일찍이  남의  집  족보  보기를  좋아하여  그  원류(源流)의  장단과  향망(鄕望)
                      의  분합(分合)과  지예(支裔)의  광협(廣狹)과  그  명덕(名德)이  드러나고  침체됨과

                      관벌(官閥)의 성쇠(盛衰)를 고찰하여  사전(史傳)의 기록과  비교해 보고  금석문(金
                      石文)을  표준으로  해서  시서(詩書)를  읽어  인륜(人倫)과  세의(世義)를  아는  뜻을
                      부치고  이미  또  널리  초목군방보(草木群芳譜)를  보아  그  향기가  책에  가득하고
                      영화(禜華)가  책  속에  넘쳐나는  것을  사랑하고,  못내  자하씨(子夏氏)가  구별한
                      것과  비교하여  세족(世族)이  벌열(閥閱)하면  난극(欒郤)의  세향(世鄕)의  자손  가
                      운데  붉은  칠을  한  수레를  탄  높은  벼슬이  열  명이어서  아홀(牙笏)이  상(床)에

                      가득하면 양(楊)의 작약(芍藥)이요 위곽(衛藿)같은 척완(戚晼)의 집에 후(侯)와 장
                      수가  많이  배출되어  서로  세력을  다투는  것은  낙(洛)의  모란(牧丹)이요,  유림(儒
                      林)과  은일(隱逸)의  종족이  청수(淸秀)하고  고상하면  동쪽  울타리에  핀  국화(菊
                      花)요 문장(文章)을 잘하고 과거(科擧)급제가가 많아 빛이 찬란한 집안은 옥정(玉
                      井)에 핀 연꽃이요 한때 부귀공명(富貴功名)이 왕씨(王氏)나 사씨(謝氏)처럼 첫째

                      이거나  혹은  최씨(催氏)  노씨(盧氏)  집안  뿌리를  내려  하늘로부터  비와  이슬을
                      받아 흠뻑 젖어 갖가지 향기를 발산하는 숲이라 하겠다.

                     오직 빈 골짜기의 난초가 홀로 왕자(王者)의 향기를 내어 향기가 멀리 가지만 퍼지지
                      못하고 뿌리가 깊이 박혀 옮기지 못해 그윽하고 무성해서 인물이 없지 않으나 향기를
                      내지 못한 집안은 세상에서 구해 보아도 그 비슷한 경우도 드물게 볼 뿐이다.

                     일전에  삼척(三陟)  김군(金君)  원욱(源旭)  원국(源國)이  그  중판(重版)  족보를  가
                      지고  와  서문을  부탁하는데  나는  이미  그들의  품격과  조행이  아주  수려한  것을
                      감탄한데다가 그 족보를 다 읽고 나서‘이는 여러 향기 가운데서도 난초의 향기
                      이다.’라고 다시 감탄했다.

                     김씨는 전대(前代) 왕자(王者)의 후예인데 삼척으로 분봉(分封)된 이래 수천 백년

                      에  대대로  명덕(名德)과  서업(緖業)을  지켜와  잠시도  끊어진  적이  없었으니  그
                      근원이 머나 거품이 일지 못한 것이요 깊이 심어져 옮겨지지 않은 것이다.

                     근래에  높은  벼슬이  비록  다른  관향(貫鄕)보다  조금  적으나  집안에  전하는  효제
                      (孝悌)의  규모와  담박(淡泊)하게  지키는  지조가  면면히  아름답게  이어져  누누이
                      간첩(簡牒)에  쓰여 있어  경향(京鄕) 천리  밖에  사류(士類)들의  문호(門戶)가 되니
                      가위 빈 골짜기에서 그윽한 향기를 풍기는 난초라고 하지 않을 수 있는가? 우리

                      김씨들이 창대(昌大)해질 날이 곧 있게 되어 장차 그 향기가 사방에 전파되어 나
                      라의  향기가  될  것이니  이  보첩이  전하는  것이  다만  문장  하는  선비들만  읽을
                      게 아니요 반드시 성인(聖人)들도 읽고 탄복할 것이다.


                                               갑진년 계춘(季春)에 숭록대부(崇綠大夫) 의정부참정 겸임 규장각학사
                                                       (議政府參政兼任奎章閣學士) 안동(安東) 김성근(金聲根) 씀.




              186    三陟金氏  宗史  總覽  修訂增補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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