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1 - 신정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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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른달의 영역 안에서
김 단
이른 새벽부터 정말 익숙한 느낌이 드는 아침이다
하늘의 슬픔을 이기지 못한 대지가 미친 듯 폭풍우를
동반한 채 질주 중이다
손 뻗으면 잡힐 듯 철옹성 같은 유리창엔 셀 수 없는
타격음이 쫑긋해진 귓전을 두드리고, 먹먹한 가슴에
담긴 시간은 솔가지에 박힌 옹이처럼
텅 빈 가슴 한가운데에 깊숙이 박혀 버렸다
하늘이 운다
자제하기 어려워서인지,
아니면 폭주하는 대지를 달래지 못해서인지,
천지를 진동하듯 두드려대는 빗줄기는 슬픔을
누르지 못하고 격렬하게 아니, 더 격렬하게 울고 있다
바로 네가 내 곁을 떠난 그 날 그때 그 모습처럼.
* 호른달(Horeundal) : 시간과 공간을 관장하는 신神
김 단|시인, 수필가, 배우, 기자. 법무부 사회성향상위원회 교화위원(전). 책
읽는 울산광역시 북구 추진위원회 위원. 주간한국문학신문 울산광역시 지역본
부장. (사)한국영화인총연합회 울산지부 이사. 저서 심장에 갇힌 노래 외 다수
회원 마음모음집 시 | 1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