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4 - 신정문학
P. 134

시간의 모태



                                                                    김 병 효



                 새벽이 헐벗어 뭍에 오르면
                 햇살에 발한 초침은 하루의 시간을 촘촘히 접어 어둠 속으로 묻는다

                 산 아래 뻐꾸기 구구구

                 찔레꽃 피어 슬다 울어대면

                 블록과 블록 사이 긴 골목길
                 휑한 담 자락의 그림자만 꾸덕꾸덕 시간을 빚는다


                 꿈을 꾸듯 그 옛날
                 꼬깃꼬깃 주머니 속에 잊혀 진 약속처럼

                 세월 속 빛바랜 언어의 촉감은

                 한 세월 극적인 사랑처럼
                 시간의 농에 젖어 되살아난다

                 우중충한 하늘이 금세 요동쳐 누군가 급히 이 시간을 벗어난다

                 어쩐지,

                 밤새 개구리 울더니.






                            김병효|아호 청정 (강원 강릉 출생). 정원 디자이너. 원예 심리 지도사. 카톨
                            릭 관동대학 행정학과 졸업. (사)문학애 시 등단. (사)문학애 공저 다수. 현)한
                            국문인협회 고흥지부 사무국장. 현) 월간 <난과 생활> 난시 연재 중


                 150 | 신정문학
   129   130   131   132   133   134   135   136   137   138   1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