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4 - 신정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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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새벽 단상



                                                                    허 신 행



                 겨울 새벽은
                 물기 먹은 공기들이 떠돌다 지쳐

                 칼바람에 켜켜이 쌓이면
                 김이 모락모락 나는 부엌에서
                 아침상을 보시는

                 어머니의 흰 두건처럼
                 내려앉은 새벽 서리가
                 옛 동네 담장 위에

                 유리 파편과 같이
                 마치 건들지 말라는 생떼로
                 날을 세우고 있다



                 동이 트고 해가 떠오르면

                 햇살들이 쓰다듬고 지날 때
                 없어질 서리지만
                 유유히 흐르는 세월과 같이






                            허신행|중앙대학교 철학과 졸업. 1983년 대학로 상록수 등단. 저서 시집 새
                            벽닭, 흔적, 시국 등. 대한교육신문 시 부문 우수상 수상 외 다수. 2020 문학신
                            문 신춘문예 당선. (현) 대한 시문학협회 이사. (현) 21세기 문학협회 부회장.
                            신정문학&문인협회, 남명문학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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