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81 - 신정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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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원 마음모음집 | 수필


                                  쌍골죽과 대금 소리






                                                                    박 덕 은




                   소리에도 무게가 있다. 달밤을 가득 채우는 대금산조. 상처 먹고
                 자란 대금 소리가 묵직하게 느껴진다. 사납게 일렁이는 속울음처럼

                 애절한 음이 찻집을 가득 메우더니, 이내 가을 산에 취해 모여든 사
                 람들의 가슴에 잔물결을 일으킨다. 마음 한 켠에 깊숙이 묻어둔 사

                 연들이 소리의 옷을 입고 저릿하게 다가온다. 대금을 제작할 때 최

                 고의 재료로 쓰이는 것은 쌍골죽이다. 병든 대나무라 하여 병죽病竹
                 이라고도 불리는 쌍골죽은 마디 양쪽에 골이 패여 있다. 일반 대나
                 무와는 달리 쌍골죽은 어느 정도 크면 더 이상 자라지 않고 속이 두
                 텁게 차오른다. 그런 상태로 힘들게 수령을 이어간다.

                   나보다 열세 살이나 어린 그녀는 집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가난

                 하고 몸이 허약한 남자와 결혼을 했다. 대학 입학 후 신입생 첫 미
                 팅에서 만난 남학생과 결혼했다. 그녀는 사랑에 대해서만큼은 단단
                 한 믿음이 있었다. 폭설 속에서도 푸른 생을 내뿜는 대나무처럼 사

                 랑을 지켜나갈 거라며 행복해했다. 마음이 따스하고 밝은 성격의





                            박덕은|한실문예창작 지도 교수, 전북대학교 문학박사, 전전남대학교 교수.
                            중앙일보 신춘문예, 전남일보 신춘문예, 새한일보 신춘문예, 김해일보 남명문
                            학상 시 부문, 경북일보 호미문학상 당선. 사하 모래톱 문학상, 항공문학상, 여
                            수해양문학상 수상


                                                          회원 마음모음집 수필 | 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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