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84 - 신정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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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우리가 꿈꾸는 방향으로 가지 못한 경우가 많다. 그 꿈과는
너무 멀어져서 도저히 돌아갈 수도 없다. 그런 부정적인 상황 속에
서도 삶이 아름다워질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해야 한다. 내 인생의
이야기를 명주실의 흰빛으로 동여매듯 새롭게 써야 한다.
쌍골죽은 일반적인 대나무보다 속이 꽉 차 있는데 속살의 두께가
1.3~2.4배가량 더 두껍다. 그 두께만큼 상처도 깊어 쌍골죽으로 만
든 대금은 희로애락의 감성을 잘 짚어낸다. 대나무의 안쪽 벽에 바
람의 흐느낌과 달빛의 울컥임까지 새겼기에, 감성의 깊이가 남다르
다. 병들며 커 가는 아픔을 안고 자란 탓인지 애처롭고 처량한 느낌
을 쌍골죽은 잘 표현한다. 상처 깊은 아픔이 한에 짓눌리지 않고 그
한을 넘어선 소리에 다다를 때까지, 대금을 만드는 사람도 쌍골죽
스스로도 기도의 시간을 가지며 이겨냈을 것이다.
지천명을 넘기고 이순을 바라보는 그녀는 삶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힘들어 포기하고 싶을 때도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막내딸이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는 살아 있어야 한다며, 엄마이니까 자식을
지켜야 한다며, 그녀는 죽을 만큼 아프다는 통증을 견뎌내며 하루
하루 기도를 했다. 그러자 살아 있음에 감사하고 소소한 일상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 슬픔만 바라보던 그녀
는 행복을 느낄 줄 아는 여자로 서서히 변모되어 가고 있다. 절망과
좌절에 맞닿아 있던 그녀에게서 따스한 위로를 받는다.
슬픔을 따스한 위로로 무게감 있게 연주한 대금 소리가 가을밤
찻집을 물들이고 있다. 달빛에 젖은 계면조界面調의 흐느끼는 가락
이 은은하고 편안한 평조平調로 바뀌고 있다. 소리에 젖은 밤이 깊어
갈수록, 내 마음도 어느새 고요해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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