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83 - 신정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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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육환경이 좋지 않아서인지 깊은 산의 경사진 곳이나 돌이 많은
곳에서 자란 쌍골죽은 S자 모양으로 휘어지고 뒤틀린 경우가 많다.
이런 쌍골죽으로 대금을 만들려면 최소 일 년 동안 정성을 들여야
한다. 쌍골죽의 습기를 제거한 뒤 휘어져 있는 부분을 불로 달구고
힘을 줘서 곧게 펴는 작업을 몇 번이고 반복한다. 관성처럼 다시 뒤
틀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군데군데 명주실로 동여맨다. 그런 상
태로 바람이 잘 드는 그늘에다 한동안 놔두어야 한다.
수술을 한 지 5년이 채 안 된 가을, 그녀는 다시 뇌수술을 하기 위
해 대학병원에 입원했다. 수술실로 들어가면서 영영 나오지 못할까
봐 무서워했다. 수술이라는 블랙홀 속으로 빨려들어 가 지상의 명
단에서 이름 석 자가 영원히 사라질까 봐, 그녀는 울음을 쏟아냈다.
잘될 거라며 서로를 껴안는 아픔에 그날 오후는 숨죽이고 있었다.
수술 시간은 길어지고 째깍거리는 초침 소리에 숨통이 막혀 그녀의
가족들은 모두 힘들어했다. 다행히 수술은 잘됐지만 혈관을 막는
피떡 때문에 삼 일 넘게 혈전용해제를 써야 했다. 그녀는 산소 호흡
기로 버티며 이겨냈다. 죽을 고비를 넘기고 퇴원한 그녀가 하루는
이런 말을 했다.
“나는 넘치는 사랑을 받고 사는 여자예요.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남편이 이쁜 자식을 셋이나 낳아 줘서 고맙다며 손가락 세 개를 번
쩍 세우더니 힘내라고 응원해 줬어요. 어제는 유자차도 한 잔 마셨
어요. 참 따스한 시간이었어요. 생각해 보니까 감사해야 할 것들이
참 많더군요. 그걸 그동안 잊고 살았더라구요.” 쌍골죽처럼 휘어지
고 뒤틀린 삶의 뒤안길을 묵묵히 견디며 걸어온 그녀는 이제는 감
사의 기도를 드리며 산다고 웃으며 말했다.
회원 마음모음집 수필 | 1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