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88 - 신정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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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용사의 무덤 앞에서






                                                                    하 명 호




                   이게 뭐였더라? 동급생들 나이가 든 형 아들에 물어봐도 돌아오
                 는 대답은 그저 고개만 좌우로 돌려버린다. 아주 어릴 적 산 모퉁이

                 길 가를 돌아들어 길옆에 자리한 그저 아주 오래도 안 된 시절에 먼
                 장터 가는 길목에 지나가는 보부상인 들이 하나둘 이정표식 방향

                 표시 돌무더기 거는 했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그게 오래지 않아
                 서 동족상잔의 비극의 잔재 우리들의 이웃이자 동포들의 전쟁 희생

                 물로 거두어 주지 못하고 남겨진 서글프고 애잔한 우리들 젊은 선
                 배님 형제들의 영혼의 돌무덤이었다.

                   매년 늦가을 해가 바뀌면서 동리 주민들 잊어버리지 않고서 찾아
                 와 주니 이따금 추운 겨울이 오기 전에 산소에 묘사 가는 길에 그나

                 마 과일이며 술 한 잔씩 쳐올리고 하는 이외에 별다른 추모제 행사
                 도 없었다. 몇 구의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영혼들이 잠들어 있는
                 지 아무도 모른다? 동리 어귀 지나 지금은 인적도 없어져 버린 산

                 중턱에 있어 아무런 표정도 없이 그저 담담하니 말씀 전하는 토박






                            하명호|아호 화운. 열린 동해문학 수필부문 금상, 산해정인성문화진흥회 인
                            본 상 수상. 21문학시대문인협회 정회원. 신정문학문인협회 상임이사. 남명문
                            학회 자문. 김해문인협회 회원


                 204 | 신정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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