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32 - 신정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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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시인의 따뜻한 시향은 「기증」에서도 멈추지 않습니다. 송 시
인은 ‘내 몸에 치장하듯 지닌 육신이/시나브로 재 기능을 잃어버려/
울음 울음 울 때 가슴으로 울어나 봤을까?’라고 묻습니다. 생명을
잃은 절망감을 어찌 감당할 수 있으랴. 하지만 송 시인은 절대의 슬
픔을 사랑으로 승화시킵니다. 그 고통과 갈등이 오죽하련만, ‘공양
하는 사람도 나와 다른 사람은/아니다 하네’라고 위로하며, ‘밝음
주러 내 육신 공양하러 같이 가자/세상 밝음 주러 가자’고 노래합니
다. 송 시인의 맑고 따뜻한 시심이 보편적인 인류애의 시향을 피우
고 있습니다.
송 시인은 비 오는 「놀이터」에서 맑은 한 폭의 수채화를 그려냅
니다. ‘물웅덩이에도 첨벙첨벙’ 뛰어다니기도 하고, ‘모래성을 쌓
고’ 있는 천진난만한 개구쟁이들을 보며 ‘공원을 접수하러 나오셨
네’ 라며 흐뭇해 합니다. 동심의 시심에서 우러나오는 신선하고 따
사로운 시어입니다. 눈 맑은 송 시인은 비 오는 놀이터에서 동시적
운율로 싱그러운 동심의 이미지를 그려내고 있습니다. 송 시인은
비 오는 놀이터에서 ‘웃음소리 초록 잎에 걸 리우고’라며 노래합니
다. 송 시인은 시의 기초가 튼튼하고, 시의 맥락에 어울리는 시어의
조탁 또한 우수합니다. 부단한 연마를 통해 가일층 빛나는 시향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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