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31 - 신정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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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사평 ❖
개별 만남 - 맑은 심안으로 따뜻한 시향 펼치는
송창우 시인
송창우 시인은 심안이 맑습니다. 눈 맑은 시인의 시선이 머무는
곳은 따뜻한 세상입니다. 송 시인의 눈에 「소록도」는 ‘옥동항 앞바
다/어린 사슴을 닮은’ 섬입니다. 사슴이란 시어는 고고함을 상징하
기도 하지만, 야위고 형편이 좋지 않음을 비유하기도 합니다. 그래
서 송 시인은 소록도를 ‘천혜의 아름다움 뒤로 감춰진/환우의 슬픈
사연을 담은 애환의 섬’이라고 말합니다. 송 시인은 이 섬에서 ‘유
배 아닌 강제 유배’를 당한 사람들, ‘하늘에서 내린 형벌이라며/버
림 받아 문전걸식 유랑생활에 지쳐/제 발로 발걸음을 옮긴 나병들’
의 애환과, 좌절과, 분노에 아파하며, ‘추모비에 그들은 무언의 역
사를 말 한다’고 항변합니다. 그러면서 ‘사슴의 맑은 영혼을 간직한
너/그 눈부신 아름다움이 있어 더욱 슬프다’고 노래를 마칩니다. 애
잔한 여운이 오랫동안 가슴을 적시는 결부의 운율은, 그래서 더욱
따뜻한 인간애를 느낄 수 있습니다. 송 시인의 시는 시상의 전개가
자연스러워 시를 읽으며 바로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습니다. 쉬운
듯 하지만 쉽지 않은 역량입니다. 많은 시 공부와 습작의 노력이 있
어야만 비로소 가능한 일입니다. 독자가 사랑하는 시는 바로 힘을
뺀 시어의 은유에서 발산하는 진솔한 시향일 것입니다.
제1회 신인문학상 | 2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