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54 - 신정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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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고이’라는 곳에서 맛깔스런 블랙커피 한 잔으로 하루 여행이
                 안전하고 행복한 시간이 되기를 기원하는 마음의 다짐도 해보면서

                 홀연히 마련한 여정을 준비했다.
                   와룡 공원에는 산행을 하기 위한 시민들이 입고 있는 형형색색의
                 등산복이 아직은 설익은 단풍을 대신했다.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

                 한 복판에서 커다란 참나무 이파리 사이에서 여울지는 바람결에 흐
                 르는 땀을 식히며 성곽을 따랐다. 육백 년의 역사를 고스란히 머금

                 고 있는 화강암 석축은 이끼를 덮고 겨울을 나고 애기 똥 풀로 생채
                 기를 치료하면서 기나긴 세월을 버텨왔으리라. 뿌리 내릴 틈만 있

                 으면 뿌리를 내리고 포자를 날리는 고사리가 정 맞은 화강석 벽돌
                 의 홈에서 겨울 채비를 하고 있다. 성 밖에 형성된 마을의 파란 함

                 석 지붕과 새는 비를 막았을 법한 비닐 포대를 얹어 놓은 낡은 지붕
                 이 서너 채 있는 동네에는 몇몇 어르신들이 붉은 고추를 말리며 겨
                 울을 준비하고 있었다.

                   도성이란, 임금이 거처하는 성으로써 국가 기능인 정치와 외교를

                 수행하는 한 나라의 수도를 둘러싼 성을 말한다. 현재의 서울 역시
                 ‘수도’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으니 도성이 곧 서울인 셈이다. ‘한양
                 도성 문화 축제’에 참여하는 시민으로 첫발을 내딛은 와룡공원의

                 ‘와룡’이란 의미도 ‘임금님이 거처하는 좋은 기운이 있는 곳’이라
                 는 의미와 ‘용이 길게 누워 있는 형상’을 의미한다고 하는데 여기에

                 서 용龍 은 임금을 의미하기도 한다.
                   와룡 공원에서 자원 봉사자의 도움을 받아 도성 안내서와 지도를

                 받아들고 성 밖으로 이어진 순례 길을 나서는 순간 두 눈을 압도하
                 는 성곽의 높이에 탄성을 질렀다. 높이가 족히 5~6m는 넘어 보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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