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59 - 신정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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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어 시야에 나타난다. 저 멀리 아침의 기운이 붉게 펼쳐진다. 하늘
에서 보는 일출의 붉은 띠는 지평선일까? 수평선일까? 아무래도 좋
다! 흰자에 쌓여있다 나타나는 노른자처럼 구름의 궁전 속에서 기
지개켜듯 훅 나타나는 찬란한 태양의 모습은 정월 초하루 정동진에
서 해맞이하는 기분을 초월한다. 늘 그랬듯이 하늘에서 태양을 바
라보는 황홀함은 저절로 소망 놀이를 하게 한다. ‘나의 모든 인연들
이 아름답게 사랑하고 행복하도록 자비를 베푸소서.’
잠깐인듯 했는데 어느새 제주공항 착륙 안내 방송이 들린다. 1월
의 이상 고온으로 온화해진 날씨 탓에 안개가 서려 있는 활주로를
덜컹거리며 착륙을 시도할 때의 두려움은 일순간 황홀했던 하늘에
서 맞이한 해돋이를 하얗게 지우고 ‘혹시 착륙하다 어떻게 되는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 속에 계류장으로 미끄러지듯 들어서는 것을
느끼고서야 설렘 모드로 마음을 전환한다.
이미 하루, 이틀 전에 먼저 내려온 학우들이 머물고 있는, 성산에
서 멀지 않은 인근 송당리 게스트하우스까지 택시를 타고 내달렸
다. 나로 인해 하루의 여정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 했기
때문이다. 반갑게 맞아주는 학우들과 인사를 나누고 리더이신 이
승태 오름 학교 교장선생님이 우려주신 커피 한 잔 마시고 기념사
진 한 컷 후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구좌 읍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아부 오름에 올랐다.
제주의 오름 368개 중의 하나로, 아부 오름의 탁 트인 전망은 서쪽
으로는 멀리 한라산이 병풍속 산수화처럼 수많은 오름을 거느리고
근엄한 자태로 펼쳐져 있고 동쪽으로는 성산포 인근의 풍력 발전기
들이 바람개비가 되어 우리를 반기고 있었다. 오름이란 뜻은 기생
제1회 신인문학상 | 2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