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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골목 상권이 형성되어 있다. 이곳의 어르신들께서 오랫동안 건
강하게 장수하는 이유가 있다면서 하시는 자랑거리는 다름 아닌
‘도성 따라 매일 걷기‘ 라고 한다. 낙산 공원에 자라고 있는 아름드
리나무들이 주는 신선한 공기와 안락한 기운을 맘껏 즐길 수 있고
좋은 이웃들과 오랫동안 정들이며 살아온 덕이라고 한다. 각박한
서울 도심에 이러한 다정함이 꽃피는 동네가 있다는 게 신기했고
그런 감동적인 이야기가 전설처럼 들리는 것은 아마도 산골에서 살
던 유년 시절의 추억이 되살아났기 때문이리라.
당일 코스로 참여한 와룡공원~흥인지문 구간까지 가장 아름다
운 구간은 역시 낙산공원 구간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탁 트인 전망
이 한양 도성 성곽과 눈부시게 발전한 현대 건축물의 조화로움을
한눈에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 한 복판에서 변모한 대한민국의
시대적 위상과 궤를 같이하고 있는 한양 도성, 현재는 서울 도성이
란 이름으로 일제 강점기에 참혹하게 상처 난 몸을 치유하면서 다
시 새살이 돋고 있다. 과거에는 부국강병의 일환으로 도성을 쌓았
다면 지금은 관광 자원의 개발과 개인의 심신의 휴식을 위한 장으
로 도성을 유지 보수하면서 미래에 물려줄 유산으로 가꾸어가고
있다.
일제 강점기 및 6.25 동란 기간에 훼손된 곳곳의 도성이 지속적
인 유지 정비 확충을 통해서 원형에 가까운 복원이 이루어지고 있
는 것은 참 기쁜 일이다. 조금 아쉬움이 있다면 현재 서소문에 자리
잡고 있던 서소문(서대문)은 흔적 없이 사라지고 헐어버리기 전의 사
진만 남아 있는데 인근에 소재한 배재 공원 등에 복원하여 전시를
할 수 있다면 그 나름대로의 가치가 살아날 것 같으며 현재를 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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