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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생각하고, 세종대왕 시기 성 조성에 쓰인 ‘옥수수돌’을 보면서
왕의 애민사상을 느끼며 문화유산의 소중함을 깨달아갑니다. 마무
리는 여행에 대한 회고의 감성을 시처럼 아름다운 여운에 담아내고
있습니다. 세련된 마무리 방법입니다.
이처럼 박 수필가의 작품은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흐트러짐 없이
알찬 구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의 세밀한 관찰과 깊고 따뜻한
사유에서 피어나는 참신한 시어와 같은 문장을 따라 읽다보면, 어
느새 작가와 일체가 되어 도성을 걷고 있는 듯합니다. 그래서 문장
이 곧 그 사람이요, 인생관이요, 수필이라 했습니다.
박창규 수필가의 역량은 다른 수필 작품품인 「아부 오름의 추억」
에서도 빛을 내고 있습니다. ‘앞 뒤 가리지 않고 ‘오케이’ 사인을 했
다’로 시작하는 제주도 아부 오름 여행에 어찌 독자인들 망설이며
탑승할 수 있겠는가? 그는 단숨에 독자를 태우고 함께 여행을 떠나
는 재주가 출중합니다. 독자는 읽기 쉽고, 즐겁고, 재미있고, 진솔한
이야기를 좋아하는데, 그는 이미 이 묘수를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박창규 수필가의 작품은 글의 주제와 소재가 긴밀하게 결합하여
통일성을 이루고 있으며, 말하고자 하는 중심 내용을 선명한 이미
지로 그려내 보여주고 있습니다. 수필가의 매우 귀한 자질입니다.
혼마 히시오의 말을 빌리면, “어떤 한 감정이나 정서도 그것이 예술
또는 문화의 요소로서의 미적 정서가 되기 위해서는 이미지 경로를
취해야 하며, 이것 없이는 결코 예술, 적어도 훌륭한 예술은 될 수
없다” 할 것입니다. 타고난 것이든 노력의 결실이든 박창규 수필가
가 가지고 있는 이러한 장점을 더욱 연마하여 한국 수필의 대들보
가 될 것을 기대하며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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