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63 - 신정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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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사평 ❖



                    개별 만남 - 섬세한 관찰과 사유가 돋보이는

                                     박창규 수필가





                   박창규 수필가의 「서울 한양 도성 유람기」는 한양 도성 중 ‘와룡
                 공원에서부터 흥인지문’까지의 구간을 걸으며 보고 느꼈던 일들을

                 그려낸 기행 수필입니다. 기행 수필은 볼거리 먹거리 등 소재의 다
                 양성이 제공하는 잇 점이 많지만, 소셜 네트워크(SNS)의 발달로 이

                 미 널리 알려진 여행지를 재탕 소개하는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에 독자의 흥미와 감동을 끌어내기는 쉽지 않습니다.

                   박 수필가는 작품 첫 문장을 ‘까맣게 잊고 살았다’로 시작합니다.
                 첫 문장을 읽고 독자는 궁금함과 호기심에 끌려 읽기를 멈출 수가

                 없을 것입니다. 그것은 남대문이 불타고, 서소문 흑백사진을 보면
                 서 무관심, 무감각했던 자신을 돌아보고, 당장의 손익에만 집착했
                 던 속물적 자아를 향한 책망과 반성의 외침입니다. 이렇듯 강한 메

                 시지를 발산하는 짧고 간결한 문장은 신선한 글맛이 있습니다. 박
                 수필가의 탁월한 역량입니다.

                   박 수필가는 육백 년 도성을 따라 걸으며 ‘화강암 석축은 이끼를
                 덮고 겨울을 나고, 애기 똥 풀로 생채기를 치료하면서 기나긴 세월

                 을 버텨왔으리라’고 다독거립니다. 돌에 음각된 축조자의 이름을
                 보면서 당시의 건축 실명제에 빗대어 현재의 아파트 부실시공 문제





                                                            제1회 신인문학상 | 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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