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83 - 신정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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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를 사랑한 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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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을 처음 만난 그 날은
                 나의 에메랄드빛 서시였지요.



                 찬 새벽이 올 때까지 난
                 당신께 바칠 편지를 썼다 지웠다 했어요.



                 아시나요?

                 우리의 시는 너무 쉽게 씌여지는 듯 했지요.



                 그러나 당신에게 비친 나의 자화상은
                 제가 새겨놓은 허상이란 걸 알았지요.



                 당신을 사랑한 대가로
                 나의 봄은 짙은 가을 저 너머로 사라졌어요.













                            이선주|부산거주 주부시인



                                                     황금詩대․ 초록詩대․ 청마詩대 | 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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