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93 - 한국 교회가 잘못 알고 있는_ 101가지 성경 이야기 1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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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는 바를 겉으로 나타내는 것’ 즉, 자신의 신앙을 ‘행동으로 고백하는 것’을
의미하는 표현입니다. 이것은 사실 우리에게 낯선 것이 아닙니다. 방금 위에서 든
예에서도 성경이 가르치는 믿음이란, 로마서가 말하는 ‘믿음만으로’가 아니라,
야고보서가 말하는 ‘행위를 동반한’ 믿음이 참 믿음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2장의
19번 글,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에서도 제가 자세히 설명했지만, 성경이
가르치는 우리의 믿음이란 항상 행위로서 실체화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곧 여기의
이 말씀 ‘입으로 시인하여 구원에 이른다’는 것은 ‘입으로 뭔가를 말하면’의 의미가
아니라, 믿음이란 ‘마음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실체화되어 나타나는
무엇’임을 가르치는 것입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약간 거부감이 있는 분도 계시겠지만) 바르트가 잘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르트는 이 구절을 설명하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마음과 입의 순서가 중요한 것이 아니며, 마음과 입이라고 하는 그 자체
역시 중요한 것이 아니라(손과 발과 눈, 귀도 열거될 수 있다), 이러한 인간의
육체적 기관을 언급함으로써 도달하게 된 지시(指示), 곧……인간적 가능성의
영역에서 성취되는……결단과 실존성에 대한 지시다. 이것을 행하고 고백하고
믿는 인간이……살 것이다.
1)
바르트가 말하고 있는 바는, 믿음이란 그것이 내적으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실존을 통해 형상화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여기에서 ‘입으로 시인하여
구원에 이른다’는 표현을 가지고, ‘소리를 내어 말을 해야만 구원에 이른 것이다’라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유치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바르트에게 있어서 한 믿음 안에서
‘마음과 입’은 동시에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칼빈 역시 같은 것을 말합니다.
바울이 원하는 것은 하나님이 어떻게 우리의 구원을 성취하시는가를 보여
주려는 데 있었다. 즉 하나님이 우리의 마음속에 넣어 주신 믿음을 입으로
고백함으로 구원이 성취된다는 것을 보여 주려는 데 있었다. 사실 그는 참된
믿음의 본질을 가르쳐 주고 싶었던 것이다. 이 참된 믿음에서 고백이라고
하는 열매가 맺혀지게 된다. 그가 그렇게 가르쳐 주고자 한 것은 아무도 내용
없는 빈 껍데기 믿음을 갖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었다……그러므로 입으로
시인하여 구원에 이르게 된다고 하는 말은 마음으로 믿어 구원에 이른다고
1) 칼 바르트, 『로마서 강해』 조남흥 역 (서울: 한들, 1998), p. 5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