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 - 구원이란 무엇인가-김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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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시는 것입니다.
구약과 묵시 문학에서 하나님의 나타남(Theophany)의 전통에 대한 연구로 미루어 볼 때, 우
리는 다니엘의 환상 가운데 하늘의 구름을 타고 오는 “한 사람의 아들 같은” 존재란 사람의
형상으로 나타나는 신적인 존재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이 자신을 “그 ‘사람의
아들 같은’ ”이라고 부르며 바로 그 존재라고 하셨을 때 이렇게 함으로써 자신의 실체
(Identity)를 조심스레 내보이시는 것이었습니다. 말하자면, “내가 한 환상 가운데 다니엘에게
‘한 사람의 아들’(곧 한 사람)과 같이 나타난 하나님의 아들이다”라고 가르친 것입니다. 그런
데 다니엘의 환상 가운데 ‘한 사람의 아들같이’ 나타난 신적 존재(곧 하나님의 아들)는 이스라
엘의 조상 야곱(하나님으로부터 ‘이스라엘’이란 이름을 받은 그 개인)이 이스라엘 민족을 자기
안에 내포하듯 대표한 것(Inclusive Representative)과 똑같이 종말에 백성을 자기 안에 내포
하듯 대표하는 분이심이 밝혀진 것입니다(단 7:18–27).
구약에서는 이스라엘이 하나님의 백성이었고 그러기에 그들은 하나님의 아들(들)이라고 불렸
습니다. 이것은 그들이 하나님의 은혜의 언약에 의해 하나님께 의지하고 순종하며 살아야 하
는 관계를 가진 백성임을 말합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하나님께 누차 불순종하여 언약의 관
계를 파기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리하여 하나님은 예레미야, 에스겔 같은 선지자들을 통해
하나님의 새로운 백성을 창조할 것을 선언하시고, 다니엘의 환상을 통하여 자기 아들로 말미
암아 종말에 진정한 하나님의 백성을 창조하여 그들로 하여금 자기의 자녀들이 되게 하겠다는
약속을 하신 것입니다.
예수님은 자기가 바로 그 약속을 성취하기 위해 온 하나님의 아들임을 깨닫고 하나님의 백성
(곧 하나님의 자녀들)의 숙명, 즉 하나님께 의존하고 순종함을 대신적으로 그리고 대표적으로
이루어야 함을 깨달으셨습니다. 그것은 곧 이사야에 의해 예언된 대로 죄인들을 위해 대속의
죽음을 감당함으로 말미암아 그들의 죄 사함을 이루어(사 53장) 새 언약을 세우고, 그럼으로
써 새로운 하나님의 백성을 창조하는(사 42:6; 49:8) ‘주의 고난받는 종’의 역할을 감당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들을 위한 대속물로 주기 위해 왔다”(막 10:45; 사 53:12
참고)고 했습니다. 십자가에서 자기 목숨을 죄인들을 위한 대속물로 주기 전날 밤 제자들과
나눈 최후 만찬에서 그는 자기의 죽음을 새 언약을 세우기 위한 피 흘림으로 해석함으로써 그
들이 마시던 포도주를 상징화하셨습니다(막 14:24).
이와 같이 예수님은 다니엘의 예언대로 하나님의 아들로서 하나님의 진정한 백성(즉 하나님의
자녀들)을 종말에 창조하는 사명을 가지셨는데, 이사야의 예언대로 ‘주의 고난받는 종’의 역할
을 감당하여 대속적 죽음을 죽음으로 죄 사함을 이루고 새 언약을 세움으로써 그 사명을 성취
한다고 보셨습니다. 이러한 자기 이해를 그의 자기 칭호 “그 ‘사람의 아들’ ”에 담아 들을 귀
있는 자에게 나타내려 하신 것입니다. 이것은 (앞서 관찰한 대로) 그가 하나님을 “아바(=나의
아빠)”라고 부르시면서 자기를 믿고 순종하여 종말의 하나님의 백성의 중심체가 될 자기 제자
들에게 하나님을 “우리 아바”라고 부르게 가르치고 하나님 아들 됨에 함께 참여하게 하여 특
권을 나누게 한 것과 근본적으로 일치합니다. 즉 그는 하나님의 독특한 아들로서 제자들로 하
여금 하나님의 아들들이 되게 하셨습니다.
“그 ‘사람의 아들’ ”이라는 자기 칭호로 나타낸 자기 이해는 예수님의 하나님 나라 선포와도
일치합니다. 죄악과 고난으로 다스리는 사탄의 주권에서 떠나 자기 안에 체현된 하나님의 의
와 사랑의 다스림을 받아들이라는 선포는 곧 창조주 하나님께 의존하고 순종하여 사는 하나님
나라 백성을 창조하시기 위함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