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 - 교화연구 2021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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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계 : 불공 때 병원을 가지 말라는 법이 있습니다. 1960년에는 마땅한 병원도 약도 없고, 돈
도 없던 시절이니 자신이 알아서 병을 다스려야 하는 상황이기에 심공으로 병을 낫게 했습니다.
하지만 현재 의학기술과 보험혜택 수준이 높은 현실에서 과거와 같은 법으로 젊은 교도에게 대한
다면 과연 시대에 맞는 법일까요? 희사하고 염송한 후, 병원 가시게 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생각
해 봅니다.
그리고 과거에는 대가족 시대였지만 지금은 핵가족 시대입니다. 과거에는 대가족 생활이어서 가정
교육이 중요했고 가족의 업이 자녀에게 깊게 전해졌지만, 지금은 핵가족 시대로 가정에서 가족이
함께하는 시간도 과거에 비해 현격하게 줄어들고 가족의 업도 자녀에게 주어지지만, 사회의 업이
자녀에게 미치는 영향이 큰 시대가 되었습니다. 즉 부모의 업도 영향을 주지만 사회의 업이 무시
못할 만큼 영향을 주는 시대라는 겁니다. 과거에는 인법에 따라 이혼한 부모의 자녀는 스승이 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결혼한 부부의 60%가 이혼하는 시대이고, 이혼이 죄가 되는 시대도
아닙니다. 서로의 삶에 도움이 되고 자녀들을 포함한 가족 구성원이 더 행복할 수 있다면 이혼도
충분한 선택지가 되고, 이혼으로 사회적 질타를 받는 시대도 아닙니다. 지금 현실에 비추어 보았을
때 이혼한 부모의 자녀가 스승이 되는 것을 아직도 금지해야 할까요?
전수님의 머리 스타일에 대해 말씀을 드리자면, 1960대라면 파마가 지적이고 세련된 신세대 스타
일로 각광을 받았다면, 지금은 대개 할머니들이나 할 법한 스타일입니다. 강공 때 머리를 완전히
볶아서 앞자리 앉아 계신 나이 어린 전수님의 뒷머리를 볼 때면 웃기면서도 한편 슬픈 느낌이 듭
니다.
법복을 보자면 전수님의 옷 디자인이 교도가 봤을 때 요즘에도 과연 단아하고 세련된 느낌이 날까
요? 너무 낡은 느낌이 나고 시대에 뒤떨어진 모습이라 동행한 교도가 스스로 부끄러운 느낌이 들
때도 있었다고 합니다. 시대에 맞는 교화방편을 강조하는 우리가 특별한 고민 없이 왜 아직도 이런
디자인의 정복을 고수해야 하는지 의문이 듭니다.
제가 말씀드리는 요점은 종단의 방향이 늘 보수적이고 폐쇄적이어서, 변화나 개선의 시도에 대해
금기시하거나 반대하는 태도만을 고수한다면 발전도 개혁도 가능할 수 없다는 겁니다. 어떤 시도
에도 그 의지와 방향이 건전하다면 열린 마음으로 할 수 있다, 가능하다, 열어 주어야 한다는 인식
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 인욕 : 방금 하신 말씀에 부연설명을 덧붙이자면, 먼저 불공 중 병원 가지 말라는 말씀은 평소
에 병원을 전혀 안 가시던 분이 불공 시작하고 갑자기 병원에 가려는 것을 두고 하신 말씀입니다.
즉 불공에 집중해야 할 마음이 흩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법이에요. 불공 때 물건 사지 말라는
말씀도 평소에 물건 살 생각이 없다가 꼭 불공 때가 되어서 갑자기 돈을 쓰려고 하면 결국 불공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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