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 - 교화연구 2021여름호
P. 14
집중하던 마음이 다 무너지고 물질에 마음이 기울어져 버려서 나온 법입니다.
그리고 인법으로 스승이 될 재목을 가리는 이유는 그 사람의 습관(업)을 하루아침에 고칠 수 없어
서라고 보살회 헌법의 인법편에 나와 있습니다. 연좌제로 그를 분별하는 것이 아니라 인과법으로
보는 것입니다. 가정도의 실천을 중요시하는 종단의 가르침을 전하는데 장애가 될 수 있음을 고려
한 법이지요.
마지막으로 두발에 관련해서는 정사님이나 전수님의 기본적인 법은 단정함이 핵심입니다. 꼭 파
마를 해야 한다는 법은 없습니다만 적어도 머리카락이 옷깃에 닿으면 안 된다는 불문율이 있습니
다. 그리고 의제에 관련해서는 물론 시대 흐름에 맞는 변화도 필요하나 이것은 의범에 관련된 사항
으로 유행에 따라 가볍게 바꿀 수 있는 내용은 분명 아니라는 점도 말씀드립니다. 말씀드리다 보니
뭔가 보수적 입장에서만 이 사안을 말씀드리는 것 같습니다. <웃음>
정진 : 강공이나 교구 모임에서 선배 스승님들이 후배 전수님에 대한 두발이나 옷, 구두 등에 대한
지적을 들을 때가 간혹 있습니다. 물론 지적이 필요한 경우도 분명 있겠습니다만, 결국 젊은 후배
전수님들은 직·간접적인 압력 속에 과거의 법복을 고집하는 문화에 젖어들고 맙니다. 그리고 어떤
스승님은 지나가시면서 전수님에게 할머니들이나 입는 옷이라며 자조 섞인 농담을 하실 때도 있
었지요. 저는 전수님들이 스스로 노력해서 지금의 법복을 좀 더 세련되게 한 번 바꿔 입어보라는
말씀으로 이해했는데, 이런 부분은 그 정사님을 포함한 선배 스승님들께서 먼저 새로운 시도에 대
한 열린 마음과 개방된 문화를 만들어 주셔야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 선정 : 원불교에서는 여성교역자들만으로 구성된 복제연구위원회도 있습니다. 이 위원회는 끊
임없이 제기되어 오고 있는 여성 교화자의 의복개선에 대한 현장의 요구를 받아들여 현 정복과 함
께 병용하기 위한 시대에 맞는 여성 교무의 법복에 대한 개선을 위해 연구 노력하고 있어요. 토론
과 설문조사 등을 통해 의견을 묻고 회의하여 정복시연회를 열기도 하였지요. 우리 전수님들도 서
로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함께 법복에 대한 개선을 이야기하고 바꾸려는 노력을 해야 할 것 같습
니다. 뭔가 예쁘게 꾸미거나, 혹은 편하거나 조금이라도 튀는 정복이 있다면 정사님들이 아니라 아
쉽게도 전수님들 사이에서 그런 부분에 대한 지적과 질타가 으레 나옵니다. 또 그런 문화가 선배에
서 후배에게로 계속 전해지고 있습니다. 가령 예들 들자면 추운 겨울에도 두꺼운 스타킹을 입으면
안 된다던지, 코트를 입지 말라는 등 흡사 군대의 군기 문화 같은 사례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젠
이런 문화를 유지해서도, 대물림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 지혜 : 과거에 파마머리를 한 이유는 꼭 신세대 스타일 이어서만은 아닙니다. 파마머리가 단정
하고 관리가 손쉬웠기 때문입니다. 즉 디자인적 측면보다는 실용적 측면의 이유가 크다고도 할 수
12 ┃ 주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