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2 - 오산문화 6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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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잔의 여유 ┃ 수필의 향기





           잊혀진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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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이 갔다
           시야에서 잊혀졌다

           아직 머뭇거리는 꽃잎들 조차 방황 하는사이
           그렇게 지났다
           호들갑스레 잊혀진다고 10월의 마지막 밤을 뜬눈으로 새우려 했는데
           그냥 가버렸다
           행여 서운 해 하지는 않았겠지

           가을이 함께여서 수선스레 맞이 했지만
           인사도 없이 보내버렸으니
           그 10월

           서걱 거리는 바람결 따라  물든 모습들이 안쓰러워
           바로 볼 수 없었는데
           지금에서야 미련을 남긴다
           바보스럽게
           며칠의 추위가 더 시야를 가렸을게다

           느닷없이 서리 내리고 뒷곁의 풍경들이 성애를 덮고 있었기에
           10월이 멀어져 가는 것 보다
           두터운 겉옷 챙기기에 바빴던 마음이었으니

           햇살이 내리는 날 국화의 모습에
           겨우 미소를 보낼 수 있는 여유
           그래 잊혀간 가을속 시간 보다 이렇게 찾아 온 이들의 잔치를 위해 손님이 되는거야
           언제 덮칠지 모르는 바람과 추위의 심술이
           이들의 잔치를  훼방 놓을지  모르니

           한껏 즐기고 가야겠다
           하지만 자꾸 잊혀진 계절이 소리한다
           지금도 기억 하고 있느냐고 10월의 마지막 밤

           연서 하나 없이 보내 버렸다고 그러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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