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7 - 오산문화 6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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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VOL. 66 osan culture
도시속의 잠자리
글 _ 김옥주
오산환경운동상임의장
요즘은 버스를 자주 타고 다닌다. 잘못하여 목적지에서 두 정류장
이나 먼저 내렸다. 시간이 남아서 인적이 드문 길로 돌아 천천히 가
리라 작정하고 막 개발된 인도를 천천히 걸었다. 4차선의 아스팔트
길 양 옆에는 높은 건물이 들어서려고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지
나가는 사람이 딱 한사람 나뿐인 조용한 길이다.
인적이 드문 길 양 옆 드문드문 난 이름 모를 풀들을 바라보며 여
유롭게 걸었다. 오랜만에 한가한 여유를 만끽하면서…
앞에서 잠자리 한 마리가 나의 주위를 맴돈다. 하도 반가워 서너
번 조심 끝에 겨우 잡았다. 참으로 오랜만에, 그것도 도시의 인도에
서 잡은 잠자리 한 마리를 만져보는 즐거움이 여간 큰 것이 아니었
다. 두 손가락 사이에 날개를 모아 가만히 잡아본다. 몇 번이고 날
개 짓하더니 잠잠하다. 매연가스 탓으로 힘이 없는지 아니면 숨어
살다보니 숫기가 없는지 아무튼 어린 시절에 보았던 것과는 대조적
으로 허약하다. 안쓰러워 아직 건물이 서지 않은 공간의 풀밭에 놓
아 주었더니 그대로 앉아 쉬는 모습이 짠하게 느껴져 한참을 보고
섰다가 돌아섰다.
내가 어렸을 적에 메뚜기를 잡기 위해서 쫓아다닌 기억이 난다. 오
빠와 함께 각자 사이다병을 옆에다 끼고 몇 마리라도 잡으려고 가
다보면 벼이삭이 영글어 고개를 주억거리는 논둑길에 조심조심 발
을 떼어 놓으면 너 댓 마리는 벌써 화들짝 놀라 저만큼 달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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