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85 - 오산문화총서 3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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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답사 그리고 허약하고 무책임한 종손 강모를 낳
5월 26일(금) 오전 7시 오산문화원 출발 → 오전 10 은 율촌댁, 그 종손과 결혼한 효원이 그 주인
시 30분 곡성 도착 → 곡성세계장미축제 → 남원 이
공들이다. 이들이 전통사회의 양반가로서 부
동 도착 → 점심 → 광한루원 → 춘향테마파크 →
덕을 지켜내는 보루로 서 있다면, 그 반대편
혼불문학관 → 오산문화원 도착
엔 치열하게 생을 부지하는 하층민의 거멍굴
사람들이 있다. 특히 양반계층을 향해 서슴
두 번째 답사는 전북 남원시에 소재하는
없이 대거리하는 옹구네와 춘복이, 당골네인
소설 『혼불』작가 최명희의 『혼불』 무대인 남
백단이가 강력한 긴장감을 유발시킨다. 이런
원시 사매면에 조성된 혼불문학관이다. 한
갈등의 그물은 우선 효원과 혼례를 치른 강
국현대문학의 걸작이라고 칭해지는 『혼불』
모와 사촌 여동생인 강실이 사이에서 시작된
의 소설을 형상화한 디오드라마와 고 최명
다. 애틋하게 바라만 보아오던 두 사람이 마
희(1947~1998) 작가의 원고가 전시되어 있
침내 넘지 말아야할 선을 넘음으로써 제각기
다. 문학관은 부지 17,650㎡, 시설 482㎡의
가파른 벼랑으로 내몰린다. 우유부단한 강모
면적을 갖고 있다. 물레방아, 분수 연못, 실
는 기생 오유끼와 함께 머나먼 만주 봉천 땅
개천, 청호저수지, 초정, 그네 등으로 구성되
으로 도피를 해버리고 강실이는 이룰 수 없
어 있다. 작가 최명희는 1947년 음력 10월 10
는 사랑을 홀로 삭이며 닥쳐오는 암운 앞에
일, 아버지 최성무와 어머니 허묘순의 2남 4
무방비로 놓인다. 한편 이들에 대한 소문이
년 중 장녀로 태어났다. 본관은 삭녕이며, 부
거멍굴로 전해지고, 자기 자식만은 자신과
친 생가는 전북 남원시 사매면 서도리 560번
같은 운명에 놓여선 안 된다고 생각한 춘복
지이다. 노봉은 삭녕 최씨의 500년 세거지
이는 양반댁 강실 아씨를 탐내기 시작한다.
로 처음 마을을 세운 최수웅은 조선 세조 때
춘복이와 몰래 동거를 하던 옹구네도 양반에
의 명신 최항의 손자이다. 최명희는 최수웅
대한 복수심, 그리고 춘복이를 잃고 싶지 않
의 17대 손이다. 부친이 전주로 이사한지 전
은 집착에서 남모를 음모를 꾸미게 된다. 그
주에서 태어났다. 생전에 노봉마을을 자주
음모란 사건의 소문을 퍼뜨려서 강실이를 내
드나들며 소설 『혼불』의 소재를 발굴하였다
치게 하고 그때를 노려 춘복이가 강실이를
고 한다. 전주에는 최명희문학관이 있다. 제
차지한다는 것이다. 은밀히 옹구네가 퍼뜨
2의 박경리라 불린다. 혼불은 1930년대 남원
린 소문은 그물처럼 강실이와 효원을 조여들
매안 이씨 집안의 종부 3대가 이야기의 큰 축
기 시작하고, 그 와중에 춘복이는 강실이를
을 이룬다. 청상의 몸으로 다 기울어져 가는
범하여 임신하게 된다. 이후 이런 모든 정황
이씨 집안을 힘겹게 일으켜 세운 청암부인,
을 알게 된 효원은 애증이 교차된 마음으로
오산문화원 장수 프로그램 테마가 있는 인문학기행 들여다보기 2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