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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정조는 산성의 백성에게 특별한 은혜를 베푸는 정사가 필요하다며 폐단을 바로 잡을 방안을
건의하라고 지시하자, 수어사 서명응이 산성에 사는 백성에게 폐단은 보휼고의 빚돈이라고 진언하였

다. 이에 정조는 “백성을 살리고 개혁하기 위한 일”이라며 백성들의 빚을 탕감해 주고 이를 기록한 장
부를 쌓아 놓고 불사르도록 명했다.

5) 승평의 시대를 뒷받침하는 무력

18세기는 한·중·일 역사상 가장 평화로운 시대였다. 당시에는 평화를 ‘승평(昇平)’이라 하였다.
100년 이상 외침이 없는 승평이 이어졌으나, 정조는 자신의 시대를 위기의 시대로 보고 근본적인 변

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자신의 시대를 ‘경장(更張)의 시대’로 파악한 정조가 재위 3년 차인 1778
년에 밝힌 ‘경장대고’에서 4가지로 내세운 경장 대상은 민산(民産), 인재, 융정, 재용(財用)이다. 인화

가 인재(人才)를 고르게 선발하는 것과 관련된다면, 지리는 융정(戎政)과 가장 관계가 깊다.
1789년 초겨울, 정조는 현륭원을 화산에 이장하면서 3초(약 360명)의 병력을 수원 오산지역 출신

의 장관(초관)들에게 맡겨 현륭원과 행궁을 호위하도록 하였다. 이때부터 독산성도 장용영이 관할하
는 곳이 되었다. 불과 4년이 지난 1793년에 수원에 장용영 외영을 설치하여 독산성과 현륭원, 수원에

주둔하는 병력을 지휘하도록 하고, 수원도호부(정3품)를 수원유수부(정2품)로 승격시켰다.
이에 앞서 장용영은 1792년에 장마로 성벽이 무너진 독산성을 크게 정비했다. 독산성은 수원읍성

과 함께 관리해야 하는 성곽이다. 이때 독산성의 책임 지휘관을 종2품의 장용영 중군에게 맡겼다. 당
시 장용영 외영의 병력은 훈련도감과 같은 규모인 5천 명이었다.

10년을 계획했던 화성 성역을 불과 3년 만에 완공하여 세상을 놀라게 했다. 무엇보다 재정이 크게
절감되었다. 단기간에 화성을 완공한 까닭으로 임금제와 실명제, 거중기를 비롯한 신식 장비의 활용

을 꼽는다. 여기에 하나를 더하자면 장용영 외영의 군사조직을 활용했다는 점이다. 장용영 외영은 화
성을 둘러싼 너른 들판에 둔전(屯田)을 개척하고 이를 경작하여 거둔 수확물로 운영 경비를 마련하였

다. 군대의 운영에 필요한 재원을 둔전이라는 국영농장의 운영에서 마련했던 사례는 독산성에서 찾
아낸 것이다.

6) 유형의 성과 무형의 성

정조는 <홍재전서>에서 성(城)을 이렇게 설명했다.
“성이란 옛사람들이 갑작스런 난리에 대비하려는 목적에서 쌓은 것이다. 그러나 민심을 껴안는 것

은 무형(無形)의 성이고 성을 높이 쌓는 것은 유형(有形)의 성이다.”
오산시사
“…진실로 먼저 무형의 성에 힘써서 사해를 참호로 여기고 모든 백성을 망루로 삼았어야 할 터이

다.”

제
2 37세 이하의 유능한 신하들을 선발하여 운영했던 초계문신을 대상으로 친시(親試)를 보면서 정조
권
는 이런 질문을 던졌다.
“우리나라는 …승평(昇平:평화)을 누린 지 수백 년이 되었다. …어째서 근래에 들어 사람들은 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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