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4 - 2022년 03월 전시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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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현 컬럼


















        ⓒHolly Herndon, NFT 이미지 'XYST I'                런던 킹스턴 대학교에 등장한 그래피티 벽화



        글로벌미술생태계의                                       강체>일 것이고 ‘거짓’이라면 <허약체>일 것이다. 만약, 단체 구성원 대다수
                                                        가 “먹고 살기 힘들다”는 ‘확진’결과를 받았을 때 과연, 그 사회를 두고 무작정
        ‘새로운 트렌드’를 찾아서                                  <건강체>라고 우길 수 있을까. 최근에 들어와, 국내 ≪조형미술생태계≫에도
                                                        정체를 가늠할 수 없는 ‘변이 바이러스’가 폭증하고 있다. 문제의 관건은, 나날
                                                        이 확산 일로에 있는 ‘변이 바이러스’에 노출된 ‘취약 계층’에 대한 대책 마련이
        글 : 김구현 (AIAM 미술 경영연구소 대표)                      전무하다는 점이다. 가장 위태로운 ‘변종’을 예로 들어 비유하자면, 단연 다른
                                                        예술 분야에 비해 ‘감염 확산속도’와 ‘중증도’면에서 작가에서 치명적인 <총체
        2020년 초부터 시작된 <코로나19 팬데믹>은 정치-경제-외교-사회-문화 등     적 난관>이다. 구체적으로, 전 세계적인 <한류 열풍> 덕분에『연간 콘텐츠 수
        거의 모든 기존 질서 체계를 일시에 무너뜨렸다.  ‘바이러스’를 통제하지 못하     출액』이 14조원을 돌파했다고 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0년 기
        고, 무분별한 착오를 거듭하며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시도했다. 그럼에도 불       준 ‘콘텐츠산업’ 조사 결과 발표에 의하면, 출판-만화-음악-게임-영화-애니메
        구하고 여전히 전 세계가 다람쥐 쳇바퀴 돌듯 반복된 ‘혼돈’에 빠져버렸다. 상     이션-방송-광고-캐릭터-지식정보-콘텐츠 솔루션 등 11개 산업에 대한 국가
        식적인 백신 접종을 일방적으로 거부하면서, 비상식적인 ‘구속’에 맞서는 투사      승인 통계라는 점에 주목해 보자. 그런데 뭔가 이가 빠진 느낌이다. 우리가 몸
        임을 자처하는 행태가 진정한 ‘자유’인양 착각한다. 그러나 현상의 경지는 그      담고 있는 ≪조형미술≫ 장르의 ‘수출 통계’는 아무리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들의 ‘사고 방식’의 한계를 훨씬 뛰어넘는다. 타인에게는 철저한 ‘방어막’을 치    없다. 단순히 우리 사회에 만연한 전형적인 ‘미술계 홀대’인지, 아니면 ‘매출 규
        면서, 정작 자신에게는 한없이 ‘관용’하는 나약한 부류에게 ‘바이러스’가 쉽게     모의 취약성’에서 비롯된 만성적 서러움인지. 싸늘하다. 가슴에 비수가 날아
        감염되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를 자각하기가 지극히 어렵다. 왜냐하면, 그들       와 꽂힌다! 물론, 프로· 아마추어 할 것 없이 넘쳐나는 ≪미술계 인구수≫에 비
        이 정말 두려워해야 할 존재의 정체가 오히려 ‘공멸’보다 ‘자멸’에 있음을 터득    해 ‘소득’면에서 턱없이 부족한 분야로 손꼽힌다. 자생조차 불가능하니 ‘수출’
        해야 하기 때문이다. 마치 늪에 빠지지 않으려고 허우적댈수록 더 깊이 빠지       은 언감생심이었다. 아니 오히려 ‘외국계 화랑’들의 국내 진입으로 인해 만성
        는 원리와 마찬가지라고나 할지. 역설적이지 않은가. 살려고 갖은 몸부림 치며      적인 ‘무역 역조’ 현상이 벌어졌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는 국내미술시
        버둥거리는데 실상은 죽음에 더 가깝다. 반면에 무심한 듯 위기를 받아들이면       장의 존폐를 의심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었다. 그나마 ‘자본’이 해결되는 국
        도리어 삶의 기회가 생긴다. 그렇기 때문에, <건강체>는 결정적일 경우에 ‘의     내 유수의 화랑들만이 몇몇 정상급 거장들이나 블루칩으로 성장 가능한 신규
        문’을 제기하고 해법을 찾지만, <허약체>는 매사 ‘의혹’의 악순환에 익숙하다.    작가들을 키워줄 뿐이었다. 그런 와중에 덮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타격은
        안타깝게도 어리석은 인류는, 약 1세기 전에 <스페인 독감>을 통해 유사한 시     ≪조형미술생태계≫의 전멸을 의미했으며 ‘설상가상’ 격이었다. 그러나 예상
        련을 겪었으면서도 소중한 ‘학습 기회’를 놓쳐버린 바 있다. 이를 통해 “강제적    은 완전히 빗나갔다. 돈줄이 막혀버린 ‘기업’이 도산하고 먹고 사는 문제가 시
        으로 습득한 지식은 마음에 남지 않는다”는 플라톤의 교훈을 되새겨 본다. 적      급한 ‘자영 업자’들이 줄줄이 무너져 가는 마당에도, 다 죽었다고 절규하던 ‘미
        어도 과거에 범했던 동일한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우리 현대인들       술시장’만이 기적적으로 회생했다. 아니 ‘단군 이래의 최고 호황’을 누리고 있
        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극복하려는 의지가 담긴 ‘자발적 지식’을 어느 정도     단다. 2년째 이어지는 감염 병 확산에 국민 대다수가 신종 <코로나 블루>라는
        축적했는지 자문해봐야 하지 않을지 싶다.                          우울증에 사로 잡혀 피로감이 누적되던 무렵에 『이건희 컬렉션』에 이어『NFT(
                                                        대체불가토큰)』이라는 ‘신종 증후군’이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하루 아침
        이쯤에서 화제를 돌려보자. 그렇다면, ‘호모 에스테티쿠스(미학적 인류)’로서      에 ‘족보’에도 없었던 무명 화가의 뜬금없는 작품 가격 상승으로 인해, 철옹성
        의 부심을 지닌 우리는 과연 현재 상황에서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 무엇보다       처럼 견고했던 ≪조형미술생태계≫의 기존질서가 무너져 버렸다. 그 바람에
        요즘 활발하게 되살아 났다고 연일 언론매체에서 떠들어댄다. <코로나19 팬       너도나도 ‘NFT 드림’을 꿈꾸며 덤벼들었지만, 『디지털 저작물』은 ‘소유권 대
        데믹>이 시작하면서 ‘고사 직전’의 벼랑 끝에 몰려있던 우리 ≪조형미술생태       상’이 아닌데다가 ‘매수자’에 대한 법적 보호장치마저 빈약한 현실을 절감한
        계≫가 신기하게도 최근에는 ‘경이로운 부활’을 선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 ‘단순 원작자’와 ‘NFT 구매자’간의 거래 관계를 넘어서자 원작자-저작재산
        일부 양심 있는 식자들은 ‘위기’를 경고한다. 과연 누구나 실감하는 ‘호황 분위    권 양수자-실물 작품 콜렉터-NFT 작품 매수자 등으로 복잡하게 얽히면서 ‘혼
        기’인지 의문스럽다. 우리 ≪조형미술생태계≫ 전반적으로 감염되어 확산 일        란’을 초래했다. 그 와중에, 기존 ≪메이저 경매사≫들이《화랑협회》와 맺었던
        로에 있는 ‘악성 바이러스’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그 시료들을 분석해 볼 필     ‘신사 협약’을 맺었다가 이를 깨자《화랑협회》에서 ‘경고 차원’의 경매를 강행
        요가 있다. 이어서, 우리 ≪조형미술생태계≫가 과연 <건강체>인지 <허약체       해 버렸다. 1차시장의 결집체인《화랑협회》가 2차시장인 ≪경매 시장≫의 영
        >인지 진단해 봐야 한다. 전염병이 유행하는 시기의 <건강체> 여부는 아무도      역을 침범해 자가당착 식 경매를 개최한다는 시도 자체가 세계적인 유래를 찾
        장담할 수는 없지만, 보편적으로 ‘항체’가 형성되어 있는지에 달려있다. 즉 우     아보기 힘들 정도로 ‘변칙 사례’이다. 게다가 기껏 주장하는 구실이 “경매 회사
        리 ≪조형미술생태계≫에 비유하자면, 누구나 “먹고 사는 문제에서 불편하지        들이 젊은 작가와 직거래하면서 오히려 작가의 장기 성장을 막고, 주요 거래
        않다”는 명제가 성립한다. 만일 이 명제를 검증해서 ‘참’이라면 그 대상이 <건    이외의 작가들이 평가절하 된다”는 구차한 이유에 불과하다. 명색이 ‘밥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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