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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잘 알려진 일이지만, 그 ‘엄청난 발전의 차이’를 설명하기 위해 헌팅턴
등 하버드대학 연구자들이 찾아낸 열쇠는 바로 ‘문화(culture)’였다. 그들이 정의한
문화는 “한 사회 안에서 우세하게 발현하는 가치, 태도, 신념, 지향점, 전제조건”
등인데, 한국은 경제성장에 도움이 되는 ‘발전 지향적 문화’를, 가나는 ‘발전 저
항적 문화’를 갖고 있었다는 것이 결정적 차이라고 헌팅턴은 말했다.
헌팅턴이 국제적으로 주목을 받는 학자로 인정을 받게 된 계기는 1996년에
발표한 『문명의 충돌(The Clash of Civilizations)』 때문이었다. 그는 전 세계 국가 간 충
돌이 이념이 아닌 문명과 종교 차이에서 비롯됐다는 주장을 펼쳤다. 헌팅턴은
그 책 서문에서도 1960년대 한국과 가나의 경제적 수준이 큰 차이가 없었지만
“30년이 지난 뒤 한국이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룬 반면 가나는 큰 변화가 없었
다.”는 내용을 적었다. 한국인의 근면성, 검소함, 교육열 등 문화적인 요소가 국
가 간 발전 차이를 유발한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헌팅턴은 세계문명을 ▷서구(미국과 유럽) ▷라틴 ▷이슬람 ▷아프리
카 ▷그리스정교(러시아) ▷힌두 ▷중화(유교) ▷일본 문명 등 8개 권역으로 분
류했다. 일본을 별도의 문명으로 본 것은 일본의 민속신앙 신도(神道)를 일본의
고유한 종교문화로 인정한 때문이라는 것이다.
헌팅턴 역시 한국은 중화(유교)문명이나 일본문명의 아류 정도로 본 듯하다.
이사벨라 버드 비숍(Isabella Bird Bishop. 1831~1904)은 “한국은 중국의 패러디”라고 했
으며, 라이샤워(Reischauer)도 한국의 전통문화를 중국 문화의 한 변이형으로 보았
다고 한다.
그에 대해 안동대 임재해 교수(민속학)는 일본은 자신들의 민속신앙도 대단한
것으로 인정하고 세계에 알리지만, 우리나라의 학자들은 스스로 자국의 정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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