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88 - (사회돋보기)노규수 컬럼집-본문(최종)_N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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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설정한다는 것은 그 개방성을 저해할 소지가 있다”는 반론이었다. 또한 ‘홍익

               인간’ 사상에 대한 연구가 미흡했던 1945년 해방 당시에는 “홍익인간이라는 개

               념과 내용이 다소 추상적인 데다, 신화와 미신에 가깝다”는 지적까지 제기되어
               왔다.

                 그러나 당시 남한의 친기독교 정부가 그런 비판의 소리를 들으면서도 홍익인

               간 정신을 강조하고 나선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하나는 일제가 그들의

               신을 따르도록 강요한 신사참배의 정신적 잔재를 척결하기 위한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북한의 ‘김일성 유일신’ 이념을 민족 내부의 전통사상으로 몰아내기 위

               한 작업으로 볼 수 있었다.

                 일본은 인간을 신으로 숭배하는 체제였다. 북한이 모든 일제의 잔재를 청산하

               겠다고 큰소리를 쳤지만, 김일성 우상화에 나선 북한은 결국 천황을 신으로 모

               시는 일본의 국가 종교방식을 그대로 카피하는 웃지 못할 진풍경을 연출하는 상
               황이었다.

                 처음에는 ‘김일성 유일사상’이라는 북한 지배계층의 전략이 맞았는지도 모른

               다. 북한은 그 같은 공산주의의 붉은 깃발 아래 신속히 국가체제를 완비했다. 이

               어 소련과 중국 사회주의 정권의 도움을 받아 6.25 한국동란이라는 ‘남조선인민

               해방전쟁’을 일으켰고, 전후 복구에도 성과를 내 1970년대 초까지는 경제력(1인
               당 GNP)에 있어서 남한을 앞지르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남한의 사회철학은 전 세계에서는 유일하게 교육이념에까지 ‘홍익인

               간’을 명시하며, 일제의 정신적 잔재인 ‘천황 신’을 배척해 나갔다. 또 북한이 ‘민

               족의 태양’으로 숭배하는 ‘김일성 신’과도 대적했다. 그 결과 ‘널리 인간을 유익
               하게 하는 정책’의 저력은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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