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83 - (사회돋보기)노규수 컬럼집-본문(최종)_N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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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바로 그들의 ‘이치닌 마에(一人前)’ 철학이다. 해석하면 ‘한 사람분의 몫’

                의 정신이다. 서양인들보다도 더 비정한 문화일 것이다. 일본인들은 아무리 가

                까운 사이에도 넘어설 수 없는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 놓고 있어서, ‘너는 너’,
                ‘나는 나’라는 매우 냉혹한 인간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깊이 인식해 둘 필요

                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본인들은 지진 같은 처참한 재난에 처해 있어도 ‘이치닌 마에’ 정신

                으로 꿋꿋하게 혼자의 힘으로 일어나야 한다는 생각을 기본적으로 갖고 있다고
                한다. 아이들조차 도와달라는 뜻으로 이유 없이 부모에게 손을 내미는 것을 부

                끄럽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이 제일 싫어하는 일이 ‘남에게 폐를

                끼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메이와꾸(타인에게 폐가 되는 일)’라고 하는 일본

                인의 어린이교육 제1조는 ‘절대로 남에게 폐를 끼치는 행동을 하지 말라’는 것

                이다.
                  자신의 그릇을 충실히 다듬고, 자신의 분수를 지키고, 자신에게 주어진 몫을

                완벽히 해내었을 때, 사회는 균형을 이룬다는 것이다. 자기 일을 남에게 떠넘기

                거나, 자기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못 해낼 때, 이것은 개인의 무능력에서 그치

                는 일이 아니라, 사회의 균등을 깨는 행위로 인식하는 것이 일본사회의 통념이
                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이치닌 마에’이며, 나아가 그들의 문화를 지배

                하고 있는 ‘사무라이 정신’이다.

                  일본의 사례를 길게 말한 것은 그들은 이미 세계 제일의 경제 대국을 이루었

                던 민족이기에 그들을 정확히 알자는 것이다. 그들은 그들의 정신을 꿋꿋이 지

                켜왔다. 그들도 종교의 자유가 있으나 외래 종교에 대해 철저하게 취할 것만 취
                하고, 또 취한 것은 철저하게 자신의 것으로 녹여버린 문화적 특징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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