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82 - (사회돋보기)노규수 컬럼집-본문(최종)_N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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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 질서(秩序)가 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학자가 아니었다. 본래 경제인이다. 1970년대에 신입사원으로 현대그룹

               에 공채 입사한 후 현대종합상사 로스앤젤레스 지점장, 시카고 지점장, 도쿄 지
               점장을 거쳐 현대인재개발원장을 지냈다. 이후 현대건설 전무, 현대종합상사 전

               무, 기아자동차 부사장, 현대자동차 부사장, 현대저팬㈜ 사장, 현대모터저팬 사

               장 등 영업 현장을 진두지휘한 후 2006년부터 조직문화, 기업문화, 선비사상, 선

               비문화, 선비리더십에 관한 연구 및 강의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그가 한 말 중에 아직도 귀에 쟁쟁한 것은 “철학은 그 나라의 개인을 지배하

               고, 사상은 그 나라의 사회를 지배하고 종교는 그 나라의 민족과 역사를 지배한

               다.”는 말이었다. 그는 일본과 일본인을 예의주시했다. 일본의 질서(秩序), 즉 사

               회적 틀은 어디에서 오는가가 그의 관찰 대상이었다. 거대한 지진으로 집이 무

               너져도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는, 여자들마저도 그 흔한 눈물이나 악다구니 없
               이 그저 냉정하게 사태를 바라보는 그들의 절제력의 근원은 무엇인가가 그의 궁

               금증이었다.

                 실제 지난 2011년 3월 11일 진도 8.8의 대지진이 일본 앞바다에서 발생하고,

               그 여파로 높이 10m 이상의 거대 해일이 일본 해안을 덮쳐 자동차는 물론 배와
               집, 공항, 원자력발전소까지 집어삼킬 때에도 우리의 TV에 비친 그들의 모습은

               정말 침착했다.

                 바다에 잠긴 집을 바라보며 발을 동동 구르거나 울며불며 허둥대는 모습이라

               고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우리 같으면 땅을 치고 통곡을 해도 몇 날 며칠

               은 했을 텐데, 그들은 눈물 하나 흘리지 않았다. 정말 독하다는 느낌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182 노규수의 사회 돋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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