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20 - (사회돋보기)노규수 컬럼집-본문(최종)_N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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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가운데 노송나무 뚝뚝 썰어 호박 나물 강-강-술-래~ 강-강-술-래~
채로 썰어 무우 나물 부모공양 올려 보세 강-강-술-래~ 강-강-술-래~
이렇게 놀았던 부녀자들의 집단 군무가 사실은 임진왜란 때 왜적을 물리치는
병법의 하나에서 출발했다는 설도 있다. 이순신 장군이 수병을 거느리고 해남
의 우수영에서 왜군과 대치할 때의 일이다. 그는 조선 수병들이 매우 많은 것처
럼 보여 왜군이 함부로 침입해 들어올 수 없게 하기 위해 부녀자들로 하여금 남
자 차림을 하고 떼 지어 올라가 옥매산(玉埋山) 허리를 빙빙 돌게 했다고 한다. 그
러자 바다 위의 왜군들은 이순신의 군사가 엄청나게 많은 줄 알고 지레 겁을 먹
고 달아나 버렸다는 것이다. 싸움이 끝난 뒤 부근의 마을 부녀자들이 이 집단무
(集團舞)를 기념하기 위해 ‘강강술래’라는 노래를 부르며 즐기던 것이 바로 오늘날
의 ‘강강술래’로 발전했다는 것이다.
이렇듯 달은 부모·형제들의 안녕은 물론 나라의 평화까지도 기원하는 신앙
의 대상이었다. 성경이나 불경과 같이 성문화된 경전이 있는 종교의식은 물론
아니지만, 보름달을 향하여 조상의 영혼을 위로하고, 현세 가족의 안녕을 기원
하는 전통은 우리네 삶의 일부분이었다. 그래서 달은 어느 누구의 것이 되어서
는 안 된다. 내가 어릴 적 아차산에 걸린 달을 따다 우리 집에 걸어두려 했듯이
어느 누군가 힘 있는 자가 나타나 “저 달은 나의 것이니 아무도 바라봐서는 안
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무효다. 대신 달을 바라보는 사람은 누구나 달의 주인
이 될 수 있다. 일찍이 어느 풍류가가 하늘의 달은 만인의 달이고, 호수의 달은
호반 사람들의 달이며, 술잔의 달은 이태백의 달이라고 했듯이, 저 달은 바로 내
달이자 네 달이다. 왜냐하면 ‘하늘에서 귀양 온 신선’이라는 이태백은 호수에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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