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28 - (사회돋보기)노규수 컬럼집-본문(최종)_N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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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마티즈 승용차에 불이 나서 차에 타고 있던 경기도 안양시 갈산동 23살 이모
씨가 온몸에 3도의 중화상을 입고 인근 병원으로 긴급 후송됐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갤로퍼 승용차 운전자 김 씨는 혈중알코올농도 0.35%의 만취 상태였습니
다.”
사건·사고 뉴스의 주인공이 될 정도로 온몸에 3도의 중화상을 입고 인근 병
원으로 긴급 후송됐던 이모 씨. 화상 전문 병원에서조차 생존이 어려운 환자로
분류됐던 이지선이었다. 꿈 많고 아름다운 23세의 여대생. 대학원 진학을 위해
학교 도서관에서 밤늦게 공부하고 오빠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던 길이었다. 소주
5병을 마신 음주 운전자에 의해 벌어진 교통사고로 차량은 화재에 휩싸였고, 그
녀는 온몸이 뒤틀리는 전신 55%의 3도 중화상을 입었으며, 40여 번의 대수술과
재활치료를 겪어야 했다.
‘전신 55%의 3도 중화상’이란 피부의 55%가 화상으로 없어진 상태를 말한다.
그녀 오빠의 말에 따르면 병원 응급실에 도착한 그녀의 뒤통수는 다 찢어져 살
이 너덜거렸다고 한다. 의사는 이미 많은 피를 흘려 가망이 없다고 했다. 응급실
에 온몸의 살이 탄 냄새가 진동했고 얼굴도 새카맣게 타서 누가 누군지 알아볼
수도 없는 상태였다. 의사는 결국 오빠에게 치료실로 가라며 마지막일지 모르니
동생에게 작별인사를 하라고 했다.
“지선아 잘 가. 너는 너무나 좋은 우리 집 딸이었고 내 동생이었어. 누구보다
도 예쁘고 착하게 살았고 평생 널 잊지 않을게. 먼저 하늘나라에 가서 조금만 기
다려. 지선아, 잘 가”
사고 현장에서 자신의 팔이 타들어 가는 것도 모르고 여동생을 구하려 했던
세 살 많은 오빠는 그렇게 피눈물을 흘리며 여동생에게 마지막 작별을 고해야
228 노규수의 사회 돋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