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29 - (사회돋보기)노규수 컬럼집-본문(최종)_N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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했다. 이후 사고소식을 듣고 달려온 어머니는 그 모습을 보고 혼절해 병원 바닥

                에 나뒹굴었다. 아버지는 자신의 딸이 방금 고개를 끄덕인 것을 봤다며 아직 의

                식이 있다고 의사들의 팔을 잡고 늘어졌다.
                  다행히 그녀는 목숨을 건지긴 했다. 이후 모든 가족은 화상과의 싸움을 해야

                했다. 지옥과 같은 3년간의 화상치료 스토리는 2003년 4월 KBS 인간극장을 통

                해 전파를 탐으로써 많은 사람들에게 눈물과 함께 불굴의 의지를 심어줬다. 그

                녀는 그해 『지선아 사랑해』라는 ‘자기 사랑’ 책으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다.
                  그런 그녀가 10년 후 SBS 방송을 통해 우리 앞에 다시 나타난 것이다. 일본에

                서 일그러진 얼굴에 피부이식을 받아야 했고, 손가락이 모두 타버려 단지(短指)가

                된 손으로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이화여대 유아교육과를 졸업하고, 미국 유학

                길에 올라 보스턴대학교 대학원 재활상담 석사과정을 거쳐 현재 UCLA대학 사

                회복지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내가 있는 곳이 낙원이다(Paradise is where I am)”

                  나는 기적 같은 삶을 살아온 그녀를 보면서 문득 그 말을 생각했다. 노벨문학

                상 작가 메테르링크(Maeterlinck)가 동화의 형식을 빌려 쓴 「파랑새」라는 작품이 전

                해준 말이다. “운명아, 비켜라. 내가 간다”는 말로 유명한 메테르링크는 “행복과
                희망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가까이 있다”는 사실을 지적함으로써 우리들의

                인생을 풍족하게 했다.

                  이지선도 고난을 극복하고 자신이 있는 곳에서 ‘행복의 파랑새’를 찾았던 것

                일까. 그녀는 교통사고 이전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말해 SBS의 <힐링캠프>

                진행자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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