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42 - (사회돋보기)노규수 컬럼집-본문(최종)_N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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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는 다시 붉은 소와 검은 소가 있는 데로 가서는 또 그런 얘기를 했다. “너
희들 중에 얼룩소가 제일 기운이 세고 다른 짐승에게 지지 않는 것도 얼룩소 때
문이라고 하니 그게 사실이냐?”고 두 마리 소에게 물었다.
두 마리의 소는 어이가 없었다. 붉은 소는 화를 못 참고 얼룩소에게 덤벼들었
다. 얼룩소도 기분 나쁜 것은 마찬가지인지라 있는 힘을 다해 덤볐다. 검은 소가
말렸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렇게 두 마리는 만나기만 하면 싸웠다. 이날부터 세
마리의 소는 같이 놀지를 않았다. 사자는 좋아하며 소들을 차례로 잡아먹었다는
이솝우화 이야기다.
초원의 소들도 여럿이 모여 함께 풀을 먹을 때 맛있었다. 그래서 혼자 먹는 점
심이 이래저래 맛이 없는 모양이다. 과학자들은 기러기가 혼자 나는 것보다 함
께 날 때 71%나 더 오래 날아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V자 대형으로 공기 흐름
을 형성하여 뒤따르는 기러기들의 비상을 쉽게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V는 승리
(빅토리)를 상징한다.
나는 KBS-TV에서 일요일 밤 방송되는 <강연100°C>라는 프로그램을 좋아한
다. 주로 어려움을 극복한 우리 주변 사람들의 인생스토리인데, 그 강연 속에는
그들이 용기를 낼 수 있었던 힘의 배경이 있다. 그들 곁에는 항상 그들과 함께
하늘을 날고자 했던 사람들이 있었던 것이다.
내가 조금만 상대를 배려하는 눈으로 보면, 세상은 참 아름다워진다. 이제 가
을도 깊어가고 곧 겨울이 오는 계절이다. 추운 겨울에 혹시 빈방에서 혼자 쓸쓸
히 점심을 먹은 사람들이 주변에 없는지 살펴볼 때다. 그렇게 되면 올해 우리의
겨울은 그 어느 해보다 따뜻해질 것이다.
(2013. 10. 22)
242 노규수의 사회 돋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