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9 - (사회돋보기)노규수 컬럼집-본문(최종)_N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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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대선에서 가장 큰 이슈를 양산했던 우리 사회의 아젠더가 ‘경제
민주주의’였고, 박근혜 당선자의 공약 역시 ‘부자 프렌들리’가 아닌 ‘서민 프렌
들리’였기 때문에 홍익인본주의라는 제4의 자본주의가 자라날 수 있는 생태적
환경은 그 어느 정권, 그 어느 때보다 좋아졌다고 할 수 있다.
일단 용어상의 정리부터 해야겠다. 홍익인본주의(弘益人本主義)는 보수자본주의
또는 기존자본주의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신자본주의 시스템의 표현이다. 흔
히 인본주의(人本主義)를 신본주의(神本主義)에 대한 대립적 개념으로 보지만, 우리
가 말하는 인본주의는 자본주의(資本主義)에 대한 대립적 개념이다. 해처럼 세상
을 환하게 밝혀서 인간 세상의 삼라만상을 널리 이롭게 한다는 뜻의 홍익인간(弘
益人間)이라는 배달국의 개국이념과 환웅천황의 통치이념을 앞에 넣은 것은 현재
정치권에서 거론하고 있는 경제민주화의 보편적 복지나 상생(相生)의 이념과 크
게 다르지 않다.
앞에서 우리의 인본주의가 신본주의와 차별화된 것이 아니라는 말을 했는데,
우리는 오히려 인본주의를 보다 확고히 정착시키기 위해 신(神)의 역할을 필요로
한다. 진정 신이 죽지 않았다면, 예수님의 사랑과 희생, 부처님의 자비와 박애는
물론 공자·맹자·순자의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의 가르침이 현대적으로 다시
태어나 우리 사회의 독점적이고 지배적이며 계급적인 ‘브라만’이나 ‘크샤트리
아’를 일깨워 그들조차 ‘구원으로 인도’할 수 있다고 기대하기 때문이다.
사회질서를 유지하고, 또한 공동체의 발전을 위해서 존재하는 규범에 의한 계
층은 인정하지만, 그 계층의 상위층이 부(富)를 독점하는 현상에 대해서는 분명
한 개선이 있어야 한다. 부자가 천국에 들어가는 것이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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