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1 - (사회돋보기)노규수 컬럼집-본문(최종)_N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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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가 일본의 자존심이자 먹거리였던 소니, 파나소닉, 샤프, 히타치, NEC 등 9

                개 전자회사의 연간 매출액과 영업이익(2009년)을 앞질렀다는 발표가 났을 때

                나는 얼마나 가슴 뿌듯했는지 모른다. 이어 한 달 뒤인 2010년 2월 김연아 선수
                가 캐나다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을 때 나는 정말 대한민국 만세를

                외쳤었다.

                  하지만 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2011년 2월 24일 기업의 사회적 책임 차원에서

                초과이익공유제를 거론하자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이 “사회주의 국가에서 쓰는
                말인지 자본주의 국가에서 쓰는 말인지 모르겠다”라고 맞받아쳤을 때 나는 실

                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온 국민이 열광하고 응원했던 ‘대한민국의 국가대표 삼

                성’과 ‘이건희 대표선수’가 ‘밑변’들이 들으면 섭섭할 수도 있는 말을 했다는 것

                이 믿어지지 않았다. 부끄럽게도 내가 국가나 동족에 대해 맹목적 응원을 하는

                일그러진 민족주의자가 되는 순간이자, 편협한 국수주의자에 불과한 소인배로
                전락하는 순간이었다.

                  어린 시절 나는 성경을 읽으며 “마음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저희

                것임이요”에서 ‘마음이 가난한 자(the poor in spirit)’를 해석하지 못한 때가 있었다.

                ‘가난(poor)’이라는 단어 때문인지 ‘마음이 가난한 자’는 분명 마음 씀씀이가 밴댕
                이 소갈머리 같은, 그래서 속 좁은 이기심에 싸움질이나 하는 하급 인간들의 모

                습이 그려지기만 했다.

                  나 말고도 그런 오해를 하는 사람이 과거에도 있었던지 독일의 신학자 마이

                스터 에크하르트(Meister Eckhart)는 ‘마음이 가난한 자’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그

                것은 첫째, 욕망(慾望)으로부터 자유로운 자였다. 둘째, 소유(所有)로부터 자유로운
                자였다. 셋째 (죄가 없어) 하느님으로부터 자유로운 자였다. 그들은 마음의 가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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