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7 - (사회돋보기)노규수 컬럼집-본문(최종)_N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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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의 말은 떨려 결국은 끝을 맺지 못했다. 이내 대통령 부부와 광부, 간
호사들이 서로 뒤엉켜 얼싸안고 울어야 했다. 독일 국빈방문 일정상 30분을 머무
르려던 그 탄광 공회당을 빠져나오는 데만 1시간 이상이 걸려야 했다. 대통령 부
부는 눈물로 눈이 부어 독일 뤼브케 대통령을 바로 보지 못했다. 칠순의 독일 대
통령이 손수건을 꺼내 47세의 젊은 한국 대통령 눈물을 닦아주어야 했다고 한다.
나는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하고, 한복으로 갈아입은 채 광화문 광장에서 국민
의 소망을 담은 복주머니를 열고는 청와대로 향하는 뒷모습에서, 그리고 청와대
입구에서 효자동·청운동 주민들과 33년 만에 반갑게 만나는 ‘인간 박근혜’의
미소 속에서 가슴 싸한 모습을 발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만일 어머니와 아버지를 그렇게 총탄으로 잃었다면 어쩌면 나는 폐인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2월 25일 국가의 새 지도자로 다시 국민 앞에 설 수
있었던 박근혜 대통령의 모습에서 나는 다시 큰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바라는 국민의 소망이야 광화문 광장에서 열었던 복주머
니 수보다는 훨씬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을 나는 ‘홍익인본주의’라는 단 한마
디로 요약하고 싶다. 국민 중심의 정책으로 인간을 널리 이롭게 하고, 세상을 널
리 이롭게 하는 것이야말로 국가지도자의 진정한 의무이기 때문이다. 그런 ‘홍
익인간’ 정신은 바로 우리나라의 ‘건국이념’이자 ‘교육의 목표’이기도 하다.
박정희 대통령이 서거한지 벌써 30여 년이 흘렀다. 이제는 또 다른 시대다. 한
때 특권과 반칙이 통했던 박근혜 대통령 아버지 시대의 국론분열을 거울삼아 진
정한 홍익인간 대통령으로서 우리가 세계 속의 대한민국이 되도록 힘을 하나로
모아 주는 그런 정치를 기대한다.
(2013. 03.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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