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 - 칭의와 성화-김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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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후반의 시대정신을 반영하는 것입니다.
사실 히틀러의 유대인 대학살은 실제로 교회나 기독교인들이 자행한 것은 아닙니다. 히틀
러는 올빼미형이었습니다. 그래서 밤 두세 시까지 자지 않고 일하다가 오전 10시쯤 일어
나서 11시 경에나 아침 겸 점심을 먹었습니다. 그러면서 자기 참모들을 데리고 식탁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것을 독일말로 ‘티쉬레덴’(Tischreden)이라고 합니다.
그 자리에서 히틀러는 “먼저 유대인 문제(Juden-Frage)를 끝장내고, 그다음에는 교회 문제
(Kirchen-Frage)를 끝장내겠다”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히틀러는 교회도 유대교의 산물로
보아 차례로 끝장내겠다고 장담한 것입니다. 히틀러는 아리안, 게르만 정신을 부활하려면
유대교의 뿌리를 완전히 뽑아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사실은 교회에도 적대적인 나
치가 유대인들을 학살했습니다.
그러나 그 대학살이 긴 안목에서 보면 그 이전 1,500년간 기독교 유럽의 유대인들에 대한
핍박의 절정으로 이루어진 것이고, 게다가 다수 독일 교회가 히틀러의 나치 이데올로기에
부역하면서 유대인들의 학살에 침묵하고 심지어 일부는 동조하기까지 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서양의 기독교 세계와 지성 사회가 큰 수치감과 죄책감을 가
지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될 수 있으면 유대교를 긍정적으로 보고, 유대인들에게 친절하게 대하자는 것이 오
늘날 시대정신의 한 면입니다. 그것이 유대인 대학살(Holocaust)이후의 신학 전반에 걸쳐
반영되는데, 바울신학에 대한 ‘새 관점’에도 그러합니다. 그래서 이러한 친 이스라엘, 친 유
대교 정신을 반영하여 과거에 종교개혁 이후 개신교가 유대교를 율법주의적 공로 종교로
지나치게 비하했으므로 이제는 그것이 은혜의 종교라는 것을 강조하기에 이르렀고 심지어
‘두 언약 이론’까지 대두된 것입니다.
그런데 불행히도 주종을 이루는 라이트(Wright)나 던(Dunn)의 ‘새 관점’에서는 역설이 벌
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들의 이론에 따르면, 바울이 유대교에 대해 ‘율법주의적 공로주의의
종교’라는 점 때문에 비방한 것이 아니라, 이스라엘만 하나님의 백성이라고 주장하는 ‘배
타적인 민족주의’, 요즘 말로 하면 ‘인종주의적인 종교’라는 점을 비방한 것이라고 결론지
을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유대교를 율법주의적 종교에서 구출한답시고 그것을 완전히
인종차별적 종교로 만들어 버린 셈이 아닙니까?
4) 새 관점 학파의 공통점들
(1) 기본 전제로서 ‘언약적 율법주의’
새 관점 학파의 공통점으로 첫 번째는 샌더스(Sanders)의 유대교 기술, 즉 그것이 ‘언약적
율법주의’(Covenantal Nomism)의 종교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는 것입니다.
(2) 사회학적 접근 방법
두 번째는 사회학적 접근 방법으로, 하나님의 백성(아브라함의 자손)과 이방 선교라는 두
개념이 바울신학에 결정적 동력을 제공했다고 보는 것입니다. 즉, “어떻게 이방인들이 할
례 등 ‘율법의 행위’ 없이 그리스도를 믿음으로만 하나님의 언약 백성(아브라함의 자손)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