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3 - 칭의와 성화-김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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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해를 다음과 같이 수정해야 합니다. “바울이 이방 선교를 방해하는 유대주의자들과 싸우
기 위해서 칭의론을 뒤늦게 개발해서가 아니라, 그들에 맞서 자신의 이방 선교를 신학적으
로 정당화해야 할 필요가 있을 때만 그것을 전개하였기에 후자들에만 그것이 명백한 언어
로 표현되어 있고, 전자들에는 다만 암시되어 있는 것이다.”
사실 데살로니가전·후서나 고린도전·후서에서는 바울이 복음을 칭의론이나 다른 어떤 범
주로도 갈라디아서와 로마서에서 칭의론을 전개하듯이 전개하지 않습니다. 그 서신들에는
칭의론과 함께, 하나님 나라/예수 그리스도의 주권 아래로 이전됨, 입양론(하나님의 자녀
들이 됨), 성화론(하나님의 거룩한 백성이 됨) 등의 범주들이 암시되어 있을 따름입니다.
조금 뒤에 더 자세히 보겠습니다만, 이 서신들에서는 ‘칭의’의 언어보다는 ‘성화’의 언어가
조금 더 현저할 따름입니다. 왜냐하면 그 서신들에서 바울은, 율법을 무시하면서 이루어지
는 자신의 이방 선교에 대해 비난하는 유대주의자들과 맞서 자신의 복음을 변증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 우상숭배와 음행이 만연한 헬라 도시들에서 성도들이 거룩한 하나님의 백
성으로서 살기를 강조해야 하는 상황을 맞고 있기 때문입니다.
결론을 짓자면, 데살로니가전서와 고린도전·후서에 함축된 칭의론에 대한 우리의 고찰은
로마서 1:3~4과 연관된 구절들에 대한 앞서의 고찰에서 얻은 결론, 즉 하나님의 아들의 복
음(롬 1:3~4)은 칭의론의 복음(롬 1:16~17)과 일치한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그러므로
다시 한 번 우리는 칭의를 기독론적 틀, 즉 하나님의 나라/하나님의 아들의 나라, 또는 그
리스도 예수의 주권의 틀 안에서 이해해야 함을 확인한 것입니다.
5. 복음을 믿음으로 의인으로 칭함 받기, 곧 하나님 나라의 백성이 되기
로마서 1:3~4과 1:16~17 및 그들과 연관된 구절들을 중심으로 우리가 지금까지 확인한 바
울의 복음을 다시 한 번 간단히 요약해 보겠습니다.
“하나님이 자신의 아들을 이 세상에 메시아, 곧 종말의 구원자로 보내셔서 다윗 가문에
서 출생하게 하시고, 그로 하여금 하나님의 구원의 통치를 선포하고 아담적 인류를 위한
대속의 죽음을 죽게 하신 후, 그를 일으켜 자신의 우편에 높여 자신의 아들로 선언하시고
자신의 통치권을 대행하게 하셨다. 이것은 창조와 언약의 주로서 하나님이 이스라엘과 모
든 피조물을 돌보시겠다는 약속을 성취한 사건으로서 하나님의 의를 계시한 사건인데, 하
나님의 이러한 구원의 사건을 믿음으로 받아들인 사람은 죄 사함을 받고 하나님의 아들
주 예수 그리스도가 통치를 대행하는 하나님의 나라로 이전되어 하나님과 올바른 관계를
가진 사람, 곧 의인(또는 거룩한 사람, 하나님께 화해된 사람, 하나님의 자녀, 새 피조물)이
된다. 종말에 재림할 주 예수 그리스도, 하나님의 아들은 최후의 심판 때 이 사람을 자신의
대속의 제사에 의해 죄 사함을 받고 하나님의 나라에 이전되어 그 통치에 의지하고 순종
한 사람임을 변증할 것이다. 그리하여 그 사람은 완성된 하나님 나라에서 하나님의 영광에
참여하고 그의 신적 생명, 곧 영생을 얻게 될 것이다.”
앞에서 몇 번 언급한 대로, 이 복음을, 선포된 복음을 받아들이는 것이 믿음의 본질입니다.
이 사실은 복음을 그리스도의 대속의 죽음과 부활로 요약하는 고린도전서 15:1~11이 잘
보여 줍니다. 거기에 복음을 받아들인다는 말과 복음을 믿는다는 말이 동의어로 나옵니다.
불트만(R. Bultmann)은 이 사실의 의미를 잘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