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5 - 칭의와 성화-김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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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고 하나님과 올바른 관계로 회복된 사람)은 의인(하나님과 올바른 관계에 서 있는, 즉 하
            나님의 통치를 받는 사람)으로 살아야 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의인으로 살아야 함이
            칭의론에 덧붙여지는 부차적인 요구가 아니라 그 칭의론의 구조 자체에 속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내용과 관련해 어떤 분이 이러한 질문을 했습니다. “의인이라 칭함 받음은 우
            리가 사실은 죄인인데 그냥 의인으로 여겨진다는 말입니까, 아니면 정말 의인이 된다는 말
            입니까?” 이 질문은 전통적으로 개신교와 로마 가톨릭교회의 한 논점이었습니다.
            로마 가톨릭교회는 ‘의인으로 칭하다, 인정하다’에서 도덕적인 의미를 많이 의식했기에 칭
            의를 도덕적인 의미로 ‘의인으로 만듦’(to make righteous)으로 이해하고 도적적인 변화를
            강조했는데, 그것은 믿음과 더불어 선행을 의인 됨의 요건으로 강조하게 되는 경향을 갖게
            되었습니다.
            반면에 개신교는 가톨릭교회의 그러한 이해가 인간이 은혜로/믿음으로만이 아니라 자신
            의 행위로 구원받는다는 뜻을 내포하는 것으로 경계하며, 칭의론을 법정적 범주로 이해하
            면서 우리 죄인들이 도덕적으로 의인이 되어서가 아니라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하나님께서
            의인으로 인정해 주시고(to declare righteous, or to reckon as righteous), 의인의 신분/지
            위(status)를 주심을 의미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니까 가톨릭 신학자들과 근래에 와서는 일부 개신교 신학자들도 개신교의 칭의론은 ‘
            법적 허구’(legal fiction)가 아니냐고 비판한 것입니다. 칭의론이 “우리는 사실은 여전히 시
            커먼 죄인인데, 하나님이 눈감고 우리를 의인으로 인정했다”라는 것이면 그것은 ‘법적 허
            구’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개신교 전통의 일각에서는 ‘의인으로 인정하다’(to
            reckon as righteous)를 하나님께서 그리스도가 우리를 위해서 쌓은 온전한 의를 신자들의
            통장으로 들어가게 하심(imputation), 즉 신자들의 것으로 간주하여 주심으로 해석하여 이
            비판에 대응하기도 하였으나, 과연 바울의 칭의론이 그런 뜻도 포함하는가 자체가 논란의
            대상이 되어 왔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성경에서의 ‘의’의 뜻에 대한 보다 진전된 이해에 근거하여 칭의론을 우리
            가 여기서 해석한 대로 죄 사함/무죄 선언이라는 법정적 뜻과 함께 하나님과의 올바른 관
            계로의 회복(그래서 의인의 신분을 부여받음)이라는 관계적 뜻을 가진 것으로 이해하게 되
            었습니다. 그러니까 은혜로/믿음으로 의인 된다는 말은 우리의 죄에 대한 용서를 받음도
            포함하면서, 우리가 하나님과 올바른 관계에 서 있는 사람임을 뜻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하나님의 통치를 받는 사람, 주 예수 그리스도께 의지하고 순종하는 삶을 사는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이런 의미로 ‘의인’입니다. 이런 사람이 되었다는 뜻으로 ‘의인 됨’입니다.
            의인으로 다만 여겨지기만 하는 것(전통적 개신교적 입장)도 아니고, 도덕적으로 변화되어
            의인이라 인정되는 사람이라는 것(전통적 가톨릭교회 입장)도 아닙니다. 하나님과 올바른
            관계에 서서 그의 아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 의지하고 순종하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
            이라는 것입니다. 그런 삶의 과정 중 때로는 믿음이 약하여 사탄의 시험에 넘어가서, 즉 주
            예수 그리스도께 의지하고 순종하기를 실패하여 죄를 짓기도 합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을 부르며 그에게 의지하고 순종하는 자로서 날마다의 가치판단
            과 윤리적 선택의 갈림길에서 사탄의 유혹을 뿌리치고 주 예수 그리스도가 제시하는 길을
            가려는 삶의 지향성, 삶의 방식을 가지고 있기에 ‘의의 열매’를 맺어 가는 사람입니다(빌
            1:11; 마 7:15~20).




                6.      하나님의 아들 주 예수 그리스도의 현재적 통치성령을 통하여 우리로 하여금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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