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4 - 칭의와 성화-김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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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에서는 믿음이 ‘신뢰함, 순종함, 소망함’ 등 여러 의미들을 가진 것으로 나타나는데, 그
            중 가장 기본적인 의미가 ‘선포된 복음을 받아들임’입니다. 거기서 다른 의미들이 파생됩
            니다. 선포된 복음을 받아들이면, 곧 믿으면 그 복음이 선포하는 구원을 받습니다. 왜냐하
            면 복음은 역사적, 객관적 구원의 사건에 대한 진술인데, 그것을 받아들이는 믿음은 그 역
            사적 구원의 사건을 오늘 나에게 실존적으로 효력을 발생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그 믿음은
            ‘그리스도 예수의 우리를 위한 죽음이 우리 모두를 자신의 몸에 내포하고 우리의 죗값을
            대신 치르는 대신적/대표적 죽음(즉, 내포적 죽음)임을 받아들이는 것’이어서, 그것이 우리
            가 우리의 대표인 그리스도 안에 내포됨과 그와 연합됨을 실제로 발생시켜(actualize) 그의
            속죄의 죽음과 부활의 덕을 입을 수 있게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믿음으로 우리가 구원
            을 얻는 것입니다.
            이 복음을 받아들인 사람, 곧 믿는 사람은 어떻게 그 믿음을 나타냅니까? “예수가 주이시
            다” 하고 입으로 고백합니다. 이것이 로마서 10:9~10에 쓰여 있는 바입니다. 모든 주석가
            가 동의하듯이 이 절은 초대교회의 세례 때의 신앙고백의 양식입니다. 세례는 복음을 듣고
            믿는 자 되어 가는 과정의 끝에 믿음을 공식적으로 천명하고, 그 믿는 바를 극(劇)으로 표
            현함으로써 믿음을 공식화하는 순간입니다.
            그리하여 세례 때부터 우리는 정식으로 믿는 자가 되는 것입니다. 그 세례 때에 “ ‘하나님
            께서 [주 예수 그리스도를] 죽은 자들 가운데서 일으키셨다’(고전 15:3~5에 요약된 복음을
            더 요약한 복음)는 것을 마음으로 믿고”(10:10) 그것을 “[그러므로] ‘예수가 주이시다’라고
            입으로 고백하면 구원을 얻습니다.” 이렇게 로마서 10:9~10에서 바울은 복음을 마음으로
            믿음과 그 믿음을 입으로 고백하여 우리가 ‘의인이라 칭함’ 받고 ‘구원’ 받음을 다시 한 번
            강조합니다. 개역 성경은 여기 ‘고백하다’를 ‘시인하다’로 아주 약하게 번역했는데, 사실은
            그것은 빌립보서 2:11의 ‘부르짖다’에 가깝게 번역해야 하는 말입니다. “예수가 주이시다!”
            라고 부르짖는 고백을 한다는 말입니다.
            우리는 예수의 죽음(대속의 제사)과 부활(하나님 우편에 높여짐)의 복음을 우리의 마음속
            깊이 확신하고 그 믿음을 “예수가 주이시다!”라고 입으로 부르짖는 고백을 함으로써 사탄
            의 나라에서 주 예수의 나라, 즉 하나님의 아들 예수가 통치를 대행하는 하나님의 나라로
            이전됩니다. 그리하여 이제껏 사탄을 주로 섬겼던 죄를 사함 받고(칭의), 그의 죽음의 통치
            에서 구속(해방)받는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여러 번 살펴본 대로 로마서 1:3~4과
            1:16~17의 복음이 함축하는 바요, 골로새서 1:13~14이 명확히 표현하는 바입니다. 로마서
            10:12에서 바울은 이 사실을 뒷받침하기 위해서 요엘 3:5을 인용합니다. “누구든지 주의
            이름을 부르는 자는 구원을 받는다”(참조. 행 2:21; 4:12). 고린도전서 1:2에서는 모든 ‘성도
            들’(성화된 사람들, 하나님께 바쳐진 사람들, 하나님 나라에 속한 사람들)을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을 부르는 사람들’이라고 정의합니다.
            이렇게 하나님의 아들 주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믿고, 그 믿음을 고백한 사람들은 의인
            으로 칭함 받았으니, 즉 죄 사함을 받고 하나님과 올바른 관계로 회복되었으니(즉, 하나님
            의 통치를 대행하는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주권의 영역에 들어갔으니), 주 예수
            그리스도의 재림으로 우리의 구원이 완성될 때까지 하나님의 통치를 받는 삶을 살아야 합
            니다. 즉, 하나님의 통치를 대행하는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주권에 의지하고 순
            종하며 살아야 합니다.
            우리의 믿음은 “예수가 주이시다!”라고 고백함으로 표현되는데, 그것은 부정적으로 말하면
            사탄의 주권을 부인하고 배격하는 행위요, 긍정적으로 말하면 사탄의 마지막 무기인 죽음
            까지 이긴 주 예수 그리스도를 의지하고 그의 도움을 청하는 행위이며, 동시에 그의 통치
            에 순종을 서약하는 행위입니다. 이렇게 복음을 믿어 의인이라 칭함 받은 사람(죄 사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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